노무현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들에게 이례적인 부탁을 했다. 신임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사진)에게 인사하게 한 뒤 "각료들이 많이 도와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 내보낸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인사를 미안하게 해서…"라고 운을 뗀 뒤 장관들을 향해 "(많이 도와줄 것을) 특별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김 실장을 향해 "(경제정책수석으로) 하도 오래 고생을 많이 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버겁겠다 싶어 일의 분위기도 바꾸고 부담을 덜하게 해드렸으면 했는데,(인사를) 맞춰보니 사정이 그렇게 안 되더라"고 밝혔다. 이어 "부득이하게 고생을 더 해달라"며 "조정업무가 힘든 데 수고를 더 해달라"고도 했다. 장관급이라지만 국무위원이 아닌 탓에 뒷줄에 배석한 김 실장에 대해 노 대통령이 이처럼 애정을 표시하면서 장관들에게 협조를 당부한 데는 두 가지 속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인사문제. 노 대통령은 한명숙 총리 지명자를 낙점하기 이전 김병준 정책실장에게 총리를 맡기고,경제정책수석이던 김 실장을 바로 윗자리인 정책실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적 인사'를 택하면서 한명숙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이 방안은 자동 폐기됐다. 김 실장을 청와대 참모로 계속 쓰고 싶어 했다는 얘기다. 또 한 가지는 중장기 국정과제와 온갖 현안에 한 총리지명자의 역할이 우려되는 만큼 각 부처 장관들이 최대한 협조해 잡음이 없도록 하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다. 물론 김 실장에게는 새 총리를 전력으로 보좌,총리실의 입지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격려의 의미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