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무려 2만개에 달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자동차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2만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자동차가 굴러가듯 자동차 기업도 수만명의 임직원이 화학적으로 융화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자동차 업체들은 '한 명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 전자업체와는 다른 채용 형태를 보였다. 뛰어난 인재 채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임직원들과의 팀워크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찾았던 것.한마디로 '괴팍한 천재'보다는 '원만한 범인'이 더 환영받는 조직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 인재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회사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도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사람'이라는 원칙을 세우고,글로벌 톱 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인재 채용 및 육성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인재에 대한 애착은 남달라 매년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해 직접 인재 육성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며 인재 육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현대차그룹이 찾는 글로벌 인재의 요건은 크게 네 가지.△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 △미래를 대비하며 변화를 시도하려는 의지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논리력 △지구촌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국제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찾는 인재는 한쪽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사업 영역이 제조에서부터 금융 판매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 중 현대차그룹이 가장 신경쓰는 분야는 연구·개발(R&D) 파트다. 차량 설계,파워트레인,선행 개발,전자 개발,생산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조만간 자동차메이커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를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자도 현대차그룹의 관심 대상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에 전자장치(전장)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부문의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문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선진 경영을 위해 경영기획 재무 마케팅 해외영업 분야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현대차가 주로 쓰는 방법은 해외 유명대학을 나온 고급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2002년부터 미국 유수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대체 연료자동차,신세대 파워트레인,전자제어,텔레매틱스 등 자동차 핵심기술 전공자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월27일부터 미국 및 유럽 현지 유명대학 석·박사급 인재를 대상으로 해외 고급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MIT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주요 9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고,유럽에서는 독일의 아헨공대와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등 톱 클래스 대학이 타깃이다. 5월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해외 채용설명회에는 먼저 현대차그룹에 입사한 해외 대학 출신 선배 사원들이 참석해 지원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소한 사안까지 친절히 알려주며 이들의 결정을 돕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몇년새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해외 인재 확보가 한결 편해졌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인재를 정례적으로 선발하는 것은 물론 이미 선발한 고급 인력이 회사에 잘 적응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