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단일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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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람의 얼굴색을 '살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의 미술시간에 얼굴을 색칠하면서 무조건 살색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것이 뜻밖에도 인종차별로 비화됐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노동자들이 인종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을 크레파스 등에 살색으로 표기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얼마전 살색은 연주홍색으로 바로잡아졌다.
단일 민족국가를 내세우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하나의 얼굴색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얼굴색깔이 다르면 우리 사회에 동화되기가 힘들었다.
혼혈스타들의 고백이 생생한 증거다.
탤런트 겸 MC인 이유진은 "혼혈아라는 인식이 박히면 활동에 불편을 느낄까봐 오랫동안 숨겨왔다"고 털어놓았다.
혼혈가수인 인순이는 앞으로 한 기업의 광고에 나와 혼혈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꾸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화 시대에 '단일민족' '단일문화'라는 말은 이제 자부심의 표현이라기 보다는,편협하고 배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외국문화와 교류하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한민족의 경우는 고유전통과 가치관,음식 등이 오히려 돋보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우리 사회도 외국인 주민 1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결혼 비율도 14%나 된다고 한다.
최근의 통계청 발표를 보면 놀랍게도 지난해 농어촌 남성의 36%가 외국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학교에 혼혈아동이 점차 늘어나면서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어느 새 혼혈사회가 이 땅에 도래한 것이다.
이제 순혈사회에 젖어온 우리의 생각도 변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외국인 배우자와 노동자에 대한 시각교정이 우선돼야 하는데,이들은 경제적인 격차는 있을지언정 결코 열등생이거나 비인격적인 사람들이 아니어서다.
때마침 미식축구의 영웅 하인스 워드가 한국에 왔다.
혼혈인에 대해 여전히 사회적 차별을 하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