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6:51
수정2006.04.08 21:24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여섯 가지 성공의 조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꿈(희망) 끼(열정) 꾀(지혜) 깡(근성) 꼴(외양)' 그리고 '끈(인맥)'이 그것이다.
이런 종류의 얘기엔 늘 뒷얘기가 따라붙는 법이어서 앞의 다섯 가지가 다 있어도 여섯 번째,즉 끈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말도 생겼다.
인맥이 먹히는 건 어디나 비슷한 듯 미국에서도 '똑똑한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능력있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 많아 일을 잘 해결하는 사람'이라 여기는 수가 많다고 한다.
'소개받고 방문하면 그냥 갔을 때보다 80%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만나려는 사람은 불과 4∼5명 건너에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파워 네트워킹'(도나 피셔 외)이라는 책에 따르면 소위 '외로운 보안관 정신'을 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다,남의 도움은 필요 없다,남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모두 자기 일 하기도 바쁘다,이런 걸 부탁하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에 혼자 끙끙대지 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뭐든 정도의 문제다.
우리의 경우 인맥은 '의견을 나눔으로써 서로 도움을 받는'건강한 관계를 넘어 안되거나 될 수 없는 일을 되게 만드는 비정상적 거래의 도구로 이용되는 수가 잦다.
모르는 사이에선 원칙을 내세우며 빡빡하게 굴다가도 아는 사람을 동원하면 단번에 해결되는 까닭이다.
지나친 온정주의와 연고주의에 따른 이런 '마법'이 수많은 '형님과 아우'를 만들어낸다.
윤상림과 김재록 등 사회적 사건 당자자들 역시 필요하다 싶으면 "형님!"하고 다가서서 간이라도 빼줄 듯 친근하게 굼으로써 거미줄 같은 인맥을 구축,각종 인사와 이권에 이용했다고 한다.
만나자마자 "형님"하면 "언제 봤다고" 싶으면서도 싫진 않다는 게 정에 약한 한국사람이다.
게다가 경조사를 알뜰하게 챙기고 알아두면 좋을 만한 사람과 '판'을 짜주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는 것이다.
형님 아우 사이가 되면 웬만해선 내치기 어렵다.
제발 "형님!"에 너무 빠져들진 말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