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계화 역시 진퇴완급이 있었으나 기술진보,제도변화 흐름을 타고 19세기 말,20세기 후반에 급속히 진행됐다. 자본이동측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자산으로 한다. 이 수치는 19세기 말에 매우 컸다. 다음 시기는 그보다 낮았다. 자본이동구성도 달라져 1930년 대 이전은 채권금융,1970년대는 은행대부,1990년대는 주식투자방식이었으며 해외직접투자(FDI) 비중이 꾸준히 커졌다. FDI는 대개 기술이전을 수반하므로 소득수준 수렴에 일조했을 것이다. 19세기에 국제자본은 주로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로 이동했다. 더 가난한 나라에 투자되는 일은 없었다. 자본공여국에서 국내총저축의 거의 절반이 해외로 갔다. 자본수입국의 외자의존도는 요즘의 주요 채무국보다 훨씬 더 높았다. 이들 자본은 채권 등의 형태로 주로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정부부문에 투자됐다. 이에 비해 20세기에는 서비스부문 투자가 늘었다. 예를 들어 미국 FDI의 50% 이상이 은행,금융,보험,유통,에너지,정보통신부문에서 이뤄졌다. 자본이동은 주로 선진국 간에 이뤄지면서 저개발국으로는 덜 향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에는 심지어 역방향의 흐름도 있다. 자본시장통합은 금융위기의 빈도와 강도,전염성에 영향을 미친다. 19세기 말 1차 세계화 때는 통화위기가 더 오래 지속되었다. 금융시장과 금융제도가 미성숙한 까닭이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위기는 종종 통화와 은행,동시위기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위기의 강도는 낮았다. 다시 말해 실물생산손실이 심하지 않고 회복도 빨랐다. 금융세계화는 자본비용절감,기술이전촉진,금융다각화,위험분산 등의 효과를 낸다. 시장규율과 경쟁논리를 작동시켜 거시정책과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국내금융도 발전시킨다. 국제자본시장에서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궁극적으로 자본시장통합이 세계각국의 성장,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증분석들로서는 특히 저개발국에서 뚜렷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 금융환경이 조성되어야 금융세계화의 이점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자본이동성이 커지면 일반적으로 소규모 경제에 불리했다. 자본이동이 이들의 거시정책수행범위를 선진국보다 훨씬 좁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제도가 발달되지 않은 나라는 단기자본이동을 규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 우려들이 세계화반대운동의 근거,세계화 후퇴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르게 발달하는 정보통신기술 때문에 자본을 통제한다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그동안 외국인소유가 허용된 상장회사는 주가가 상승하고 자본비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에서는 금융세계화 혜택을 많이 받던 상장 소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자본유입세 부과기간(1991∼1998년)에 위축됐다.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 때 자본통제를 실시한 말레이시아의 당시 주가를 분석했더니 위기당시에 정치와 유착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가 자본통제실시 후 그 기업들의 주가만 올랐다. 자본통제가 주식시장효율을 떨어뜨린 것이다. 따라서 제도와 정책여건이 열악한 금융저개발국은 시기와 순서를 적절히 조절해가며 세계화된 자본시장에 통합되는 편이 자본통제를 엄격히 유지하는 것보다 득이 된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경상수지자체가 곧 자본이동척도가 될 수 있다. 오늘날 미국 경상수지적자는 매년 7000억달러다(GDP의 거의 6%).달러의 태환정지(1971년)와 평가절하 이후 달러가 공식적으로는 국제화폐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는데도 달러의 영향력은 아직 유지된다. 세계화 확산으로 세계경제에 새로 통합되는 주변국이 계속 늘면서 달러자산보유를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체가 자본이동의 한 형태다. 이들이 보유한 달러 자산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재정증권 등 달러표시자산을 계속 구입할 것이므로 당분간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세계경제에 편입된 국가들은 매우 이질적이며 서로 협력할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달러의 태환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미국 외의 중앙은행들이 정책일관성을 유지하기는 그만큼 어렵다. 자본통제가 제거된 상황에서는 민간금융거래를 규제하기도 곤란하다.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비용도 커진다. 역사적으로 외환보유에 쓰이는 국제화폐는 한 나라가 독점하지 않았다. 실례로서 1913년 말 공적 외화자산보유화폐의 비중은 파운드 스털링 48%,프랑 31%,마르크 15%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달러와 유로가 이 역할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경제학 dya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