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뜨 퀴진(Haute Cuisine)'이란 말이 있다.


프랑스말로 '고급요리(식당)'라는 뜻이다. 정통 프렌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요리에 국한돼 사용된다.


외래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식에는 붙이지 않는다.외국 손님들에게 '한국의 오뜨 퀴진'이라고 내세울만한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근처에 위치한 '봉황날다'(02-762-0804)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오트 퀴진이란 칭찬을 들을 자격을 고루 갖추고 있는 곳이다.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식당들이 즐비한 젊은이들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타이틀을 '우리음식 전문점'이라고 내걸어 상당히 어색하기는 하다.


이곳은 철에 맞는 재료로 옛음식을 발굴하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하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주인이 음식에 빠져 철마다 재료를 바꿔가며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


나오는 재료와 수준에 비해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코스요리는 3만원,5만원,7만원짜리가 있다.


메밀차를 마시는 동안 흑임자죽과 시큼한 물김치,맛깔스런 야채유자샐러드가 서비스된다.


마를 이용해 만든 한 입 크기의 단자는 입맛을 살려주고 더덕구이도 산뜻하다.


다음 상으로 녹두전과 쑥전 등이 놓여진다.


음식들이 서로 조화를 잘 이루면서 입에 잘 맞는다.


재료를 달리해 묵으로 만든 전이나 찹쌀전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콩잎과 곰취,깻잎 등으로 돌돌 말은 쌈밥도 그 정성을 느끼게 한다.


이어 쑥과 두릅으로 만든 튀김이 나온다.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섞어 튀기는 데 기름지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특히 찹쌀가루와 콩가루를 버무려 바삭함을 잘 살려냈다.


언젠가는 주인이 강원도 동해에서 맛보고 가져온 '고로미'를 내놓은 적도 있다.


파래도 아니고 매생이도 아니고 감태도 아닌 해초인데 말린 뒤 튀겨내니 고소하고 짭짤했다.


봄철에 맞는 산나물모듬과 잡곡밥도 나온다.


머위대 냉이 취나물 무나물 돌미나리 등을 잡곡밥에 곁들여 먹는 데 퍽퍽하지 않으면서 입을 즐겁게 한다.


송이탕국도 일품이다.


사발 묵도 개운하다.


묵잡채는 당면이 아니라 우엉과 죽순 등으로 만든다.


너비아니도 옛날식으로 구워 향미를 살려내고 있다.


식사로 매화밥에다 광어미역국,젓갈류,강된장,밑반찬이 깔린다.


광어미역국이 다른 식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별미다.


자연산 광어로 만든 것을 먹고 싶다면 인원수에 맞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기장 미역을 넣어 푹 삶아 준다.


옛맛을 되살려내려는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엿보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