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위험한 나라..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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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홍 < 미래에셋생명 사장 jhyoon@miraeasset.com >
지난 3월 초,야구대표팀이 일본과 미국을 연파하고 야구월드컵으로 불리는 WBC대회 4강에 오르자 평소 야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나도 마치 한이라도 풀린 듯 통쾌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연이은 홈런으로 적지에서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이승엽과 멋진 수비를 선보인 선수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우호적 여론에 힘을 얻은 정부와 여당은 재빨리 병역면제를 결정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병역면제가 도마에 올랐다.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너무 서두른 결정이었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병역면제에 일방적 지지를 보내던 분위기는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야구만이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부동산 투기 열풍이나 조기유학과 같이 사회 전체가 특정한 사안에 집단적으로 몰입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04년,3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던 부천의 한 주상복합건물 청약사태는 '묻지마 투자'에 나선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남긴 사례로 남았다. 조기유학 열풍 또한 많은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지난달 26일 보도기사는 현지 적응 실패에 따른 조기유학의 심각한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둔 주부의 40% 이상이 조기유학 보내기를 원한다고 한다.
아마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남이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적 몰입현상이 아닌가 한다.
이 같은 사회적 몰입현상은 치열한 경쟁구도가 만들어 낸,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경쟁의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부의 증대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자의 역할과 본질에 충실하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관찰과 공격,'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집단적 몰입현상이 사회에 만연한 결과인 것이다.
참으로 위험한 현상이다.
자신의 주관이 배제된 행동이나 결정이 실패로 끝날 경우 개인은 물론 가정이나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패에 따른 좌절과 실망은 자살이나 폭력과 같이 극단적 형태의 범죄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정보와 치열한 경쟁,무분별한 집단적 쏠림에 대해 "삶의 중심에 자기를 두라.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판단하고 주위의 시선에 조금은 무관심해져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 주위에는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한,진정 사회의 결집된 힘이 필요한 일이 많이 있다.
에너지 문제,부정부패,사교육 문제 등 모두 나부터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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