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이제 '글로벌 기업'입니다.


'교육'과 '연구'라는 상품을 세계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선 타 대학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전략을 잘 짜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싱가포르국립대학(NUS)의 시춘퐁 총장(60).그가 얘기하는 21세기 대학의 정체성은 이렇다.


NUS는 지난해 영국 시사잡지 '타임스(The Times)'가 실시한 전 세계대학평가에서 22위를 기록했을 만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부상하고 있는 곳. 200위권 내에 국내대학으론 서울대(118위)와 KAIST(143위),고려대(184위)가 낀 것에 비하면 한수 위다.


지난 2000년부터 NUS를 이끌고 있는 시 총장은 고려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APAIE)'창립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9일 한국을 찾았다.


시 총장은 "NUS가 성장한 원동력은 결국 세계화를 위한 '생존전략'이었다"며 "싱가포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국제적 사고와 시야를 갖춘 인력을 배출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NUS의 연간 예산규모는 미화 8억달러(12억싱가포르달러)로 정부 지원금이 75%,기부금과 학비가 25%다. 시 총장은 "교수진의 60%와 재학생의 3분의 1은 외국인이고 우수한 인적자원 유치를 위해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비밀(confidential)'이란다.


시 총장은 "15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지나치게 '국내용 인재'생산에만 주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현재 세계화 측면에서 놀라운(tremendous) 변화를 이룩한 것 같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 총장은 "아시아 대학들의 세계화가 지나치게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며 "급성장하는 아시아 경제와 문화에 강점을 갖고 (아시아 대학끼리) 서로 경쟁할 때, 단기적으로는 패자가 나올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대학 전체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 총장은 또 "사립대는 졸업생들의 헌신적인 애정과 자율성이 강점이기 때문에 국립대와 경쟁하는 데 약점은 없는 대신 개혁적인 '관리(management)'가 매우 중요하고 비전과 에너지를 가진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며 "이런 면에서 고려대는 주목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시 총장은 싱가포르 폴리테크닉(Polytechnic)대 공학과, 하버드대학 응용과학과 등을 거쳐 GE 등 미국 기업연구소 등에 몸담은 바 있다.


교수생활은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시작했으며 10년 전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