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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연구원‥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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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규 < 한국원자력연구소장 ckpark3@kaeri.re.kr > 연구원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떨리고 뭔가 새로운 것이 항상 나타날 것만 같은 단어다. 최소한 나한테는 그러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연구원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기업에 취직이 되고 나니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미국 유학의 길이었고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미국국립연구소에 취직을 해 연구원이 됐다. 박사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런 연구원 생활을 접고 한 연구소의 기관장이 되고 나서도 연구원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직도 좋은 것을 보면 인생의 갈림길에서 나쁜 선택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박사 학위를 나는 운전면허증에 종종 비교하기도 한다. 운전면허는 반드시 운전을 능숙하게 잘해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기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도로 교통법을 잘 준수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대개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다. 면허를 받은 후 오래 동안 사고 없이 잘 운전을 하면 운전은 저절로 몸에 배게 되는 법이다. 박사학위도 마찬가지로 모든 지식을 말 그대로 다 알고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박사 학위란 어깨너머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가르쳐 주는 지도교수 없이도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문적 수준의 정도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학위를 받고 난 이후 어떤 학문적 업적을 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연구원은 학생과 매우 다르다. 학생은 배우는 입장에서 기존에 있는 지식을 잘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면 되지만, 연구원은 기존 지식을 이용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즉 지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것이 연구원의 할 일이다. 연구원이 해야 할 또 다른 일은 자기가 연구한 것을 논문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계속해 남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의 공유 없이는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낼 수 없다. 자기 마음 속에만 들어있는 지식은 소용이 없다. 지난해 우리 연구소는 전격적으로 '지식경영'을 도입해 이곳 대덕연구단지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연구원들만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서로 공유해서 시너지를 형성해 보자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연구원들은 그동안 연구한 결과나 연구를 하기 위해 습득한 지식을 공유하고, 다른 직원들은 연구를 돕기 위해 각자가 맡은 일을 할 때 얻은 지혜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지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가 모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내고,그렇게 생산된 지식을 공유할 때만이 좋은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다. 거짓을 생산하고 거짓을 공유하는 것은 과학기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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