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채양기 기획총괄본부장(사장)에 이어 현대차ㆍ글로비스 임직원들을 줄줄이 불러 비리 의혹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30일 "채 사장을 이달 28일 소환조사했고 어제는 이정대 재경본부 부사장을 불러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사용처 등을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부사장은 채 사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자금 흐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수사에 얼마나 협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들 2명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100억이 넘는 비자금 조성 경위와 양재동 본사 건물 증축과 관련한 로비 대상 등이 파악되는 대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 그룹 압수수색 이후 며칠 간 수사에 비협조적이던 그룹 임직원들이 29일부터 기존의 태도를 바꿔 소환 요구에 적극 응하고 있어 사주 일가에 대한 조사는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 수사기획관은 "소환 요구에 한때 불응하던 현대차 임직원들이 채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인 어제부터 소환에 적극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수사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그룹 전체로 압박 수위를 올린 데 당황한 수뇌부가 소환조사에는 협조토록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및 집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글로비스 재무이사 A씨가 조만간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검찰은 비자금 용처 등에 대한 현대차 임직원들의 진술이 기대치를 밑돌 경우 현대차 그룹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추가 비리를 수집하는 등 수뇌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이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주력함에 따라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에게 금품을 전달하며 로비를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 수사기획관은 "현대차 그룹 압수물 분석작업이 이번 주면 상당 부분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비자금 수사에 수사력이 집중돼 다른 기업들 수사는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