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주재 영국외교관인 저스틴(랄프 파인즈)은 아내 테샤(레이첼 와이즈)가 케냐의 외딴 여행지에서 강도에게 피살됐다는 비보를 듣는다. 그녀가 그곳 호텔에서 익명의 남자와 투숙한 사실이 적힌 이메일도 발견된다. 저스틴은 믿기지 않는 비극 앞에서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떠올리며 죽음의 진상에 접근해 간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콘스탄트 가드너'는 저스틴의 시점으로 기억의 편린을 짜맞춰 퍼즐을 완성하듯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릴러이다. 아내의 죽음을 마주한 남편의 회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방식은 일찍이 프랑스의 로베르 브레송 감독이 '유순한 여인'(1969)에서 선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륜의 로맨스물처럼 시작된 이야기는 아프리카인에 대한 서구인의 인권착취 실태를 고발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신약개발을 위해 아프리카인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비싸게 팔아 부를 축적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음모와 횡포에 메스를 들이댄다. 그러나 주인공의 분노에 찬 고발은 아무런 반향을 얻지 못한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세계관은 대단히 냉소적이다.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할리우드영화로는 드물게 아프리카 슬럼가에 카메라를 직접 들이댄 것이 주목된다. 이로써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에게 부부 간의 사랑과 믿음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게 만드는 데 있다.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아내의 피살소식은 감추거나 외면하고 싶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회상 장면은 부부 간의 진실한 사랑과 테샤가 저스틴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임을 주지시킨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속도감을 높인 편집도 인상적이다. 테샤가 첫 만남에서 자기 집에서 차 한 잔 하자고 제의하는 장면 뒤에 바로 섹스장면이 이어지고,저스틴이 부임하는 길에 테샤가 함께 가자고 말하는 장면 뒤에는 만삭의 테샤가 케냐의 거리를 걷는 식이다.


아내에게 쏟는 남편의 애정이 정원가꾸기에 비유된 것도 신선하다. 아내의 죽음은 곧 저스틴에게 가꿀 정원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제목 처럼 저스틴은 아내의 '충직한 정원사'다.


4월20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