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커피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깬 대표적인 사례다.이전까지 미국인들에게 커피는 분위기,맛에 앞서 늘상 마시는 음료에 불과했다.자연히 커피업체들은 값싼 원두확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창업자인 하워드 휼츠는 달랐다.그는 “어디서나 1달러만 내면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어떤 사람들은 왜 호텔에서 몇배나 되는 돈을 주고 마시는걸까”라는 의문점을 던졌다.답은 분위기,상류의식,향기,멋 같은 감성적 요인이었다.같은 커피라도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가치에 사람들은 돈을 지불한 것이다.



이처럼 감성코드로 성공을 거둔 사례는 국내에서 적지 않다.


최근 국제 전자박람회의 디자인상을 휩쓸고 있는 LG전자의 벽걸이 프로젝터나 초콜릿폰 등은 감성코드를 디자인에 이입,차별화에 성공한 경우다.


벽걸이형 프로젝터는 미니멀과 심플이라는 감성코드를 디자인에 채택,거실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강조해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가전박람회) '혁신상'을 비롯 iF디자인 '황금 디자인상',레드닷 최고 디자인상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등 대표적인 국제 전자박람회의 디자인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LG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초콜릿폰'도 제품 이름서부터 제작과정에 이르기까지 고객과의 감성교류를 통한 'Fun'가치를 강조한 덕분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감성경영은 21세기 글로벌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세기의 기업은 제품의 기능과 내부 조직원들의 이성적 경쟁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경영 패턴이 지배했다.


하지만 계량화와 차가운 이성경영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이제는 조직원들을 따스한 감성으로 자극하고 제품에도 감성코드를 불어넣는 감성경영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의 공동저자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도 "현재의 고객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기능,감성의 초점을 바꾸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나치게 기능에 맞춰진 있는 제품이라면 감성코드를 새롭게 적용하고,역으로 감성중심의 제품이면 기능을 새롭게 강조하면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삼성전자,LG전자,현대·기아차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직 내 신바람 운동과 열정적 에너지를 통한 감성적 팀워크를 구축,감성마인드에 의한 감성리더십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감성경영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감성경영은 직원들을 위한 세세한 복지정책에서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직원들의 복지와 고객만족 극대화를 위한 감성경영을 펼쳐 타 기업으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건희 회장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명품 브랜드 구축을 위한 디자인경영을 강조한 것 역시 감성경영의 연장선이다.


제품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디자인 등을 통해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는 기업이 세계 일등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게 당시 이 회장의 지적이었다.


삼성전자가 제품보다 고객에게 기업의 가치를 판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고객의 감성을 겨냥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 밖에도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비만펀드' '칭찬보약' 등의 다양한 복지정책을 통해 웰빙사업장을 지향하고 있다.


LG는 올 들어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감성경영을 펼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경영화두로 '감성을 담은 고객가치 극대화'를 내세우고 전 계열사 차원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어 제품 개발과 고객서비스 등에 다양한 감성경영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연구개발성과회나 임원간담회에서 줄곧 "일등제품을 만들려는 노력과 함께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고객의 마음까지는 헤아리는 서비스가 일등 LG의 관건"이라며 "앞으로는 새로운 사업을 할 때에도 진정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감성경영을 역설하고 있다.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자동차 업계에도 감성경영 바람이 일고 있다.


자동차도 더 이상 기능만으로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의 경우 과거에는 자동차의 기능 자체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제는 고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경영으로 판매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예를 들면 투싼은 '유혹',쏘나타는 '사랑의 공간',그랜저는 '품위' 등 각 모델의 고유의 가치를 부여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 일부모델에는 제품개발단계에서 감성코드를 적용,여성전용 자동차를 출시하는 등 생산,판매,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감성경영이 주류를 이르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