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재테크의 불문율이다. 가격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면 정부는 시장의 보이는 큰손이다. 실제로 정부는 큰손이란 지위에 걸맞게 돈과 영향력으로 무장해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은 비록 정부 돈은 아닐지라도 정부 정책의 백기사 역할을 한다. 2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정부(실제로는 한국은행)는 외환시장의 큰손이기도 하다. 특히 정부는 각종 세제와 재정 정책 등을 통해 시장의 심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정부 정책은 수많은 연기금과 기업 등 백기사들의 호위를 받는 경우가 많다. 정부 정책이 돈 흐름의 중요한 코드가 되는 이유다. 물론 정부 정책을 따르는 전략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개방화가 진행되고 외국인 등이 증권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신행정수도 건설처럼 의외의 복병(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을 만나 방향이 바뀌거나 좌초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미급 투자자라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실린 정책일 경우 순응하는 게 좋다. 특히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는 항상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신문에서 정부 정책기사를 읽을 때는 그 정책이 나온 경위와 여파 등 행간의 뜻을 잘 읽어야 한다. 특히 한 해 정부 정책의 방향타가 되는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을 비롯해 국토개발계획이나 정부 예산안 등 큰 정책 청사진 등은 숙지하는 게 좋다. 고사성어 중 일엽지추(一葉之秋)라는 말이 있다. 아직 여름 더위가 한창일 때 벽오등 잎이 한 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다가온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소한 징조를 보고 후에 다가올 일을 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일엽지추의 혜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을 음미한 뒤 상식선에서 자금의 방향을 미리 읽고 선투자한다면 고수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