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28일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7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현대차 자금담당 임원인 정모씨도 소환,김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한 경로와 규모,사용처 등을 추궁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씨에 대한 수사 중 현대차와 관련된 부분은'지류'에 불과하다. 수사팀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일단 현대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른 기업들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그러나 "다른 기업 중에는 현대차 규모의 대기업은 없으며 현대차 수사도 총수를 목표로 하거나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수사가 재계에 대한 전면적인 비자금 수사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김씨의 자문을 받아 각종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나 김씨와 관련된 공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이 향후 검찰 수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검찰은 현대차그룹과 관련된 수사에 주력하기로 하고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사옥 부지의 연구개발(R&D)센터 증축 인.허가 비리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특히 이 R&D센터 증축 건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김씨가 서울시 공무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하청업체를 통해 조성한 69억8000여만원의 비자금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글로비스의 이 사장을 구속 수감했다. 이 사장은 2001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국내 하청업체인 Y사와 화물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22억1000여만원을 횡령하고 2003년 3월∼2006년 2월 미국 운송업체 S사와 실제 거래가 있는 것으로 위장해 47억7000여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인설·유승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