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현대자동차 외에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또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60억∼70억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이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8일 브리핑에서 "김씨에 대한 수사 중 현대차와 관련된 부분은 지류에 불과하다. 수사팀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일단 현대차에 대한 조사가 '교통정리'되면 다른 기업들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그러나 "다른 기업 중에는 현대차 규모의 대기업은 없으며 현대차 수사도 총수를 목표로 하거나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지는 않을 계획"이라며 전면적인 재계 비자금 수사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올해 1월 김씨를 체포했다 석방한 뒤) 두 달여간 김씨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결과 포착된 여러 갈래의 의혹 중 하나가 현대차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수사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김씨의 구속영장에는 극히 일부 내용만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씨에게 로비를 부탁한 기업이나 김씨에게 컨설팅을 의뢰했던 금융회사 등이 검찰의 추가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현대차와 글로비스 임직원 등 10여명을 소환,비자금 조성 경위와 전체 비자금 액수,김씨에게 전달한 방법과 명목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사장이 하도급업체 거래대금을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60억∼7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횡령한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글로비스 하도급업체 관계자들도 함께 불러 조사했다.

한편 채 수사기획관은 "이번 수사는 중수부가 지난해 최병렬 전 의원과 권철현 의원에 대한 국가청렴위 고발 사건의 진정인 조사를 하다 수사 단서를 포착해 시작했으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인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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