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시인·사회평론가로 활동 중인 복거일씨(60)가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손'(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1988년작 '높은 땅 낮은 이야기'의 속편격인 이 작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정치 사회 예술 역사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적 담론을 통해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높은 땅…'에서 20대 후반의 포병 관측장교였던 주인공 현이립은 이번 신작에서 3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50대 후반의 지식인으로 등장한다. 그는 경제연구소의 실장을 거친 뒤 여러 권의 책을 낸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작가 스스로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선 나의 자서전'이라고 밝혔듯이 현이립은 다름아닌 복씨 자신이다. 소설도 현이립이 자신의 소설을 사전 양해 없이 영화로 만든 영화사와 소송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복씨가 2002년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 대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일을 자연스레 연상시킨다. 작가는 주인공과 변호사와의 대화를 통해 지식재산권에 무지한 한국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전관예우 등의 비합리적 관행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힘 없는 나라의 '주변부 지식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주인공의 눈에 한국사회는 법도 정의도 살아있지 않은 곳처럼 비쳐진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없이도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발전하는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긍정과 신뢰를 잃지 않는다. 복씨는 신간출간과 함께 이달 환갑을 맞았다. 은행에서 일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첫 시집을 발표한 복씨는 문인으로 산 지난 20여년의 삶에 대해 "바둑에서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듯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영어공용화론''화폐교환론' 등 많은 '이단적'인 주장을 했음에도 생각보다 박해를 받지 않은 것은 오직 문단의 후광 덕분"이라며 웃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