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본시장 통합법 마련을 통해 투자은행으로의 길을 터주기로 하면서 증권사 간에 IB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최근 IB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이에 따른 인력도 대거 보강하고 있다. 일부에선 그동안 생소했던 자기자본투자(PI:Principal Investment) 사업 담당부서를 별도로 신설하기도 했다.


◆IB 강화에 나서는 증권사


대우증권은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회사채인수 등 IB 사업부문에 5000억원의 자기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증권사는 특히 과거 M&A 중개나 회사채 발행주선 등의 수준에서 벗어나 큰돈이 되는 M&A에는 직접 뛰어들거나 회사채를 통째로 인수하는 등의 PI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내 증권사 중 PI전담 부서를 만든 것은 대우가 처음이다.


우리투자증권도 2007년까지 IB 부문을 주력으로 키우기 위해 2조원가량의 자기자본을 활용,선진국형 IB 사업을 적극 벌이기로 했다.


삼성증권도 M&A중개 등의 분야에서 축적한 강점을 이용해 올해 예정된 대규모 M&A에서 외국계와 주간사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강했던 IPO 주선 외에 프로젝트파이낸싱이나 인큐베이팅 방식의 기업투자 등으로 IB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대신증권도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IB 부문을 대폭 확대했다.


교보증권은 중소기업 대상의 IB사업에 집중키로 하고 이미 중소기업 IPO뿐 아니라 해외증권 발행 등에서 발군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 IB 확산


증권사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제대로 된 선진국형 IB사업을 해보자'는 것이다.


단순 중개 수수료를 버는 차원에서 벗어나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처럼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PI에 나서자는 것이다.


일부에선 벌써 성과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농심의 800억원어치 CB(전환사채) 발행을 주선하면서 아예 자기돈으로 전액을 인수했다.


우량 회사채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소득에다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투자 목적에서였다.


대우증권도 지난해 금호석유가 발행한 EB(교환사채) 1000만달러어치를 통째로 거둬갔다.


◆"넘어야 할 산 많다"


물론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무엇보다 자기자본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외국계 투자은행들에 맞서기는 규모가 턱없이 작다.


예컨대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25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은 고작 1조3000억∼2조원 선에 불과하다.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IB본부장은 "자기자본을 투입한 고수익 IB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떠안을 만한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무엇보다 자본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