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화엄이라는 말을 화음으로 잘못 알아들은 당시 아홉살 짜리 딸이 "응 그 뜻을 나도 알겠다"며 내게 설명하려 들던 일이 몇 년을 두고 기억 속을 떠나지 않는다


일생을 면벽하고도 도달하지 못할 화엄의 경계를 (…) 제가 피아노를 배우고 귀동냥했을 화음쯤으로 선뜻 받아들여 내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아마도 그럴 것이다.


우린 앞으로도 한참 동안 그처럼 밉지 않은 오류와 오독의 길 위를 서성이리라 그리하여 어느새 수정하거나 번복하고 싶지 않은 하나씩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임동확 '화엄 또는 화음'부분




아무리 거창한 논리를 내세워봐도 인간에겐 한계가 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봐도 온통 오류와 흠 투성이다.


화엄의 세계를 꿈꾸는 것 자체가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차라리 오류를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서 사는게 맘 편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적어도 막무가내로 남들을 욕하고 공격하는 일은 줄어들 테니까.


어차피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터에 자신만 옳다고 강변하며 잘난 체 하는 것이 가장 큰 오류인지도 모른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