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회적 책임‥ 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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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홍 < 미래에셋생명 사장 jhyoon@miraeasset.com >
얼마 전 모 대기업이 8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자금의 관리주체와 운용방법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8000억원,참으로 많은 돈이다.
이렇게 큰 돈을 사회에 내놓기 까지는 대단한 결단이 필요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리고 이렇게 큰 돈을 선뜻 내놓은 데는 최근 일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이처럼 시민단체 활동이 활발해지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기업이 획득한 이윤의 일부분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도 시대흐름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한다.
이러한 흐름의 확산은 나눔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은 본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그 내면에는 고용창출 및 세금납부와 같이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역할이 내재돼 있다.
아무리 기부를 많이 한 기업이라도 존속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결국 고용을 중단하고 세금을 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해고된 노동자나 부실화된 기업은 결국 사회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기업은 이미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이나 가정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닌다.
흔히 납세 국방 교육 근로를 4대 의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이러한 기본적인 의무조차 기피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뇌물과 서류위조를 통해 자녀의 군면제를 시도한 일부 고위층,고소득자들의 탈세 의혹,니트족(일할 의지조차 없는 청년실업자) 증가 등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거부하는 현상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인류 평화를 위한 봉사활동,환경보전을 위한 목숨을 건 투쟁과 같은 어려운 일이 아니어도 좋다.
성실한 노동과 납세 등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한 달간이나 호수에 잠겼다가 발견된 후 정상 작동된 휴대폰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휴대폰을 제조한 기업은 철저한 품질검증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바로 이러한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