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내가 현관문을 잠갔던가?" 외출하기 위해 집 근처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갔는데 갑자기 불안감에 휩싸여 다시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확인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매번 열쇠를 잃어버리는 남편과 아이들도 주부들에겐 큰 골칫거리다. 아이레보의 '게이트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디지털 도어록으로 2001년 출시됐다. 디지털 도어록은 밖에서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고,열쇠가 없이도 비밀번호나 지갑에 들어 있는 카드 한 장으로 문을 열 수 있다. 이런 도어록을 만드는 업체는 많다. 하지만 게이트맨은 그 중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어록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히트상품이다. 이런 성공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기술력 덕분이다. 숫자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의 도어록이 대부분이었던 2001년 게이트맨은 일찌감치 무선 리모컨 인증 방식을 도입했다. 지갑에 들어 있는 카드를 도어록 근처로 가져가기만 하면 문이 열리는 방식이었다. 당시 마케팅 담당자였던 박주영 부장은 "게이트맨은 원래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의외로 고령층 가정으로 잘 팔려나갔다"며 "나이 드신 부모님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을 안타까워한 자녀들이 게이트맨으로 바꿔 달아 드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게이트맨의 인기를 시샘하던 한 경쟁사가 무선 리모컨 방식 도어록의 해킹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키와 도어록이 무선으로 통신할 때 중간에서 암호키를 빼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게이트맨은 '플로팅 아이디' 기술을 도입해 한동안 벌어진 논란을 잠재웠다. 플로팅 아이디란 키와 도어록이 교신할 때마다 '281조×42억'의 확률로 암호키가 자동 변동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실상 추정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한번 교신하는 것을 중간에 해킹하더라도 다음 번에 사용할 땐 암호키가 바뀌어 있어 키 복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직접 마케팅도 게이트맨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보통 도어록 제품의 유통은 건물 신축단계에서 시공업체에 납품하는 도매상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마케팅이 소용 없는 분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게이트맨은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꾸준히 높였다. 연쇄 성폭행 등 각종 강력 범죄로 사회가 불안해질 때마다 게이트맨의 판매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은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여름 살인범 유영철 사건이 터지자 게이트맨은 하반기 중 전년 동기 대비 200%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