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자 250만명으로 추정

대한수면연구회(회장 김주한,한양대 신경과교수)는 지난 2월 만 21~69세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전체 응답자의 5.4%(271명)가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추정하면 약 250만명이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회측은 덧붙였다. 특이한 점은 5.4%에 해당하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연구회측은 "이는 국내에서 많은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되지 못하고 치료를 방치한 채 수면문제로 고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80%는 잘 때 다리를 떤다

하지불안증후군은 감각 이상과 운동증상을 유발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에서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 전달체계의 이상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주로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심해져 잠을 잘 이룰 수 없어 불면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5.4%에 달하는 질환자 중 52.8%가 수면장애를 동반했다고 응답했다.

증상은 다리에 무언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느낌,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잡아당김,쿡쿡 쑤심,가려움,데인 듯한 느낌,물 또는 전류가 흐르는 느낌 등 다양하다. 환자의 80%는 수면 중 사지,특히 하지를 반복적으로 떠는 증상도 일어난다. 이번 조사에서도 '다리가 쑤시고 욱신거린다''저리고 피가 안통한다''아프고 당긴다''시리다' 등의 순으로 많았다.

○적극적 치료로 증상 호전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주로 오후 6시 이후부터 밤 시간대가 많았다. 유별률은 여성(5.6%)이 남성(5.2%)보다 조금 많았고 평균 나이는 38.3세며 50대가 가장 많았다. 유럽 미국 등 서구국가의 경우 적게는 전체인구의 약 2.5%에서 많게는 약 15%가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치료에는 카페인 등의 복용을 자제하고 적절한 운동과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비약물요법과 도파민 계열의 약물요법이 있다. 약물요법으로 대개 증상이 호전된다.

조용원 계명의대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신경질환으로 수면장애의 흔한 원인이며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홍승봉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정확히 진단해 치료받으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