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룸살롱 접대문화가 하청업체 비용전가, 뇌물성 향응 등의 윤리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 미국에선 월가의 스트립 클럽 접대문화가 직장내 성차별 논란을 빚으면서 미국증권업협회(NASD)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규제를 받게 됐다. 두 기관은 스트립 클럽에서 고객을 접대하거나 그 비용을 회사 경비로 내는 것을 금하는 등 접대 금액에 상한을 설정하고 '적절한' 접대 방식을 규정한 법규를 최근 성안, 미국내 5천개 이상의 회원사들에 회람하고 있으며, 수주내 최종안이나올 예정이라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안이 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으면 효력을 발생하게 되고, 이 규정에 따른 사규를 만들어 시행하지 않는 회사들은 회원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NASD와 NYSE가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월가 여성 직원들이 잇따라 이 문제를 직장내 성차별 관행으로 제소, 승소하고 있는 게 크게 작용했다. 남성 임직원들이 고객을 접대한다며 스트립 클럽으로 모실 때 여직원들을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끼워주지 않고있는데 이는 월가의 '마초(사나이다움)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것. 여직원들은 같이 가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성 부장과 직원들이 스트립 클럽으로 모시는 고객가운데는 본래 여직원들의 고객도 있어, 말하자면 고객을 빼앗는 경우가 되며, 그렇게 실적을 올리면 여성들은 연봉에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차별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임원들이 보너스를 책정할 때 아무래도 스트립 클럽에 함께 가서 "서로 허물없이 터놓는 사이"인 남성 직원들에게 더 유리한 평점을 하게 된다는 것. "한 클럽의 밀실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손님 무릎에 앉아 춤추는 것으로 잘 하면 하룻밤에 2천500달러도 버는" 한 여성은 "스트립 클럽에서 업무회의를 한다고?"라고 물었지만, 일부 월가 여성들도 남자들끼리만, 게다가 남의 고객들과 스트립 클럽에서 '우의'를 다지는 게 어떻게 공정.합법적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2004년 메릴 린치 상대 성차별 소송에서 이겨 220만달러를 받은 하이디 섬너는 "스트립 클럽, 골프, 사냥 등의 '업무활동'을 통해 마음과 기호가 맞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승진시켜주기 때문에 차별이 영구화된다"고 말했다. NASD가 접대문화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결정적인 사건은 2003년 몇 증권사들이 피델러티사 소속 한 트레이더의 면(免)총각파티를 열어주고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한 게 드러나면서다. "이제는 이런 문제의 민감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시대"라고 NASD의 메리 샤피로 부회장은 말했고, NYSE의 그레이스 보겔 부회장은 이번 조치의 목표를 부적절하거나 과도한 접대를 금지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이 든 사례는 많다. 이달초 스트립 클럽 '스코어스'는 세이비스라는 정보기술 회사의 전 최고경영자가 퍼마신 24만1천달러치 청구서 지불요구 소송에서 이겼다. 이 최고경영자는 회사카드로 결제했다가 조사 과정에서 사임했다. 화물수송회사인 C.H. 로빈슨사 여직원들은 남성 동료들이 스트립 클럽을 자주출입하고 사무실에서도 그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성희롱 소송을 여러건 제기했다. 스탠리 모건은 지난해 '스트립 클럽 금지' 사규를 어긴 직원 4명을 해고했다. 이 회사는 2004년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와 전 여직원이 제기한 성차별 소송에서 져 5천400만달러를 문 악몽이 있다. 월가 일부 금융사들은 윤리문제를 법으로 다루려 한다며 너무 부담스러운 규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규제 찬성론은 "누구를 아느냐는 게 곧 계약 실적과 직결되는 면에서 업무 접대는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 차별 여부의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심리학자와 업소측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월가 사람들의 심리적 이유 등을 들어 변호하는 사람도 있고, 월가와 스트립 클럽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새 규정이 시행돼도 '개인 신용카드가 박살나는' 효과에 그칠 뿐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여직원들은 "부장이 배타적으로 남성 직원만 데려가지 않거나, 고객을 접대하기 위해서 가는 게 아니라면 자유시간에 그들이 스트립 클럽에 가든 말든 상관없다"고 말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