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두산 비자금 사건에 불만을 표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천정배 법무장관(사진)이 대우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천 장관의 소신을 밝힌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법무장관이 소관 사항도 아닌 법원 판결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천 장관은 23일 사단법인 '희망포럼'이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서 개최한 한 토론회에서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사장 한 사람이 5년형을 선고받은 것이 고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미국에서는 110억달러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월드컴의 최고 경영자에게 2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고 천 장관은 덧붙였다. 천 장관은 이어 "결국 이러한 관대한 법 집행이 신뢰 상실의 원인이 돼 우리 기업과 경제를 병들게 해왔다"며 "우선 검찰이 사회적 강자들의 범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도록 독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의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재계는 적지 않게 긴장하는 기색이다. 재계는 또 천 장관의 발언이 향후 기업인 관련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법무장관이 법의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뭐라 할 수 없지만 특정 기업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것 아니냐"며 "옳고 그름을 떠나 기업들에 공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발언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대우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돼 41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원대의 불법대출 혐의로 기소된 강병호 ㈜대우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며,나머지 임직원 7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총 2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추징금이 선고됐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