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슬라이드폰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지난해 인기를 끌며 빠르게 늘어나던 슬림슬라이드폰 판매량이 이달 들어 급속히 꺾이고 있다. 휴대폰 보조금 합법화를 앞두고 수요가 잠복한 탓도 있지만 많은 기능을 넣기 어려운 슬림폰의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에 나온 모토로라의 슬림슬라이드폰 'Z'(모델명 MS600)의 경우 한 달이 다 되도록 판매량이 500대 남짓에 불과하다. 폴더형 슬림폰 '레이저'의 후속 모델로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 대표적 히트 모델인 LG전자의 '초콜릿폰'(LG-SV590,LG-KV5900,LG-LP5900)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하루 평균 개통(휴대폰 개통) 건수가 작년 말 4000대에 달했다가 지난달 2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 '화이트 초콜릿폰'을 내놓으면서 일평균 3000대 가까이 회복됐지만 아직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발매 후 45만대가 팔린 삼성전자의 '효리슬라이드폰'(SCH-V840,SPH-V8400,SPH-V8450)도 올초만 해도 일평균 4000대가량 개통됐으나 최근에는 개통 수가 3000대 선으로 줄었다. 삼성은 다음 달 초 디자인을 대폭 강화한 슬림폰 후속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발매 후 25만대가 팔린 팬택계열의 슬림슬라이드폰(PT-K1500)도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한때 하루 2000대가량 개통되다 요즘엔 13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슬림슬라이드폰은 키패드를 밀어올리는 슬라이드폰이면서도 얇다는 것이 장점이나 이 때문에 다양한 첨단 기능을 다 갖추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서 "보조금 합법화를 계기로 휴대폰 시장의 추세가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