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기업의 강점은 회사 규모가 커져도 유연한 조직을 통해 스피드 경영을 하고 있는 점이다.


교토의 대표 기업으로 벤처업계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세라가 대표적인 경우다.


전 세계 세라믹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교세라는 2004 회계연도에 1조1806억엔의 매출(연결 기준)을 올린 대기업이다.


본사 직원만 1만2522명이지만 '아메바 경영'을 통해 어떤 경영 환경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 사진 : 고쿠부 공장의 전자부품 생산 라인. 이 공장도 공정별로 아메바 조직을 두고 있다. ]


아메바 경영은 암수가 섞이지 않은 채 무성 생식하는 아메바처럼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조직을 분화,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세포 분열하는 회사 조직


교토 기업들이 몰려 있는 교토 타바도모조의 교세라 본사에서 취재진을 맞은 이는 국제 홍보를 담당하는 사쿠라이 마스미씨였다.


명함에 '국제계(係) 책임자'라고 돼 있다.


직함이 생소했다.


아메바 경영에 대한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사쿠라이씨는 교세라에 있는 3000여개 아메바 중 한 개 조직의 리더이다.


아메바는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20∼30명으로 구성된다.


제조업은 공정별로,영업은 지역 혹은 상품별로 아메바가 형성된다.


아메바는 직원들이 필요한 이유를 대면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아메바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아메바 리더가 책임 지고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단위 아메바는 반드시 이익을 내기 위해 시간당 채산표를 만든다.


쉽게 말해 1시간 일해 서 부가가치를 얼마나 생산하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매달 매출액 총액에서 인건비를 제외한 총비용을 제한 뒤(이익을 따진 뒤) 아메바 구성원의 총 노동시간으로 나누면 산출된다.


사쿠라이씨가 맡고 있는 국제 홍보도 출장 경비는 물론 광열비까지 비용에 포함시켜 1년간의 지출 계획을 세우고 매달 실적을 면밀히 체크한다.


비용을 따져 회사 차를 관리하는 아메바를 이용하는 것보다 콜택시를 부르는 게 유리하면 당연히 택시를 부를 정도다.


제조부문 아메바는 물류를 위한 자동차를 살 것인지,사내 관련 아메바로부터 빌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메바 간 거래 협력관계이면서도 경쟁 상대가 되는 이유다.


◆투명경영 실현 가능


조직을 세분화하면 신속성과 유연성을 확보해 대기업 병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구석구석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아메바 조직을 총괄하는 미스타 마사카즈 경영관리본부장은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진다 싶으면 이익을 낼 수 있는 아메바로 분열시킨다"고 설명한다.


사세가 커질수록 아메바 생식 분열은 빨라진다.


그렇게 되면 자생력 있는 아메바가 더욱 신속하게 움직이게 되고 매출과 경비도 한층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65년부터 적용해 온 덕분에 잦은 세포 분열에 따른 후유증도 없다.


새로운 리더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조직이 재편된다.


어떤 환경 변화에도 자율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쪽으로 조직이 진화해 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게 미스타 본부장의 설명이다.


아메바 경영으로 교세라는 임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경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개의 조직원에게서 지혜가 나온다고 보고 모든 이에게 아메바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회사측은 현재 교세라를 벤치 마킹해 아메바 경영을 도입한 회사가 3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업종과 규모가 달라도 적용에 무리가 없다는 이유에서 지금 일본에서는 교세라 배우기 열풍이 거세다.


교세라 경영 방식을 공부하는 자발적 모임인 세이와주쿠의 회원도 3000여명이 넘는다.


교토=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