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정 기간 외국에서 체류하다 돌아온 학생들이 많다.

부모의 일 때문에 피치 못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수의 학생들은 조기 유학의 열풍을 타고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1~2년 동안 국내 학교를 휴학하고 외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받고 온 경우다.

여독도 풀리지 않은 한 여학생을 만났던 일화가 떠오른다.

차분한 성격에 공부를 해야 하는 당위성도 상당히 이해하고 있던 이 학생은 그러나 무엇인가 풀리지 않는 울분을 갖고 있었다.

어느덧 친해지면서 학생은 나에게 조금씩 자신의 답답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갑갑함은 한국의 교육 현실이 자신이 경험한 미국과 선명하게 대조되면서 겪게 되는 자기모순이었다.

이리저리 부모와 선생님,친구들에게 휩쓸려 공부하는 아이들에 비해 방향이 조금 어긋나기는 했어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유로워 보이는 '노는 아이들'이 더 바람직해 보였던 것이다.

나는 그 학생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머리를 맞대고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옳지 않지만 변화시킬 수 없는 것,변화할 수 있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 등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사소한 불만들이 보다 거시적인 가치를 위해 극복되고 유보되는 동안 학생은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가고 있었다.

결국 공부에 욕심을 내 편입 후 첫 시험에서 상위권에 속하면서 자신감을 획득했다.

더불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게 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는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를 옮기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적·환경적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아이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이럴 때 주위에서 섣불리 간섭을 하거나 독촉하지 말로 스스로 적응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된 경험의 차이와 극복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보자.또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말=에듀플렉스 고승재 대표 ask@eduple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