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기술 넉달새 12조 유출될 뻔 … 연구원등 2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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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3.5세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폰,지상파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폰,슬림폰.'
한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휴대폰 품목이다.
하지만 이 휴대폰들은 최근 넉 달간 잇따라 터져 나온 기술 유출 사고의 표적이 됐다.
더욱이 지상파 DMB폰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휴대폰 제조 기술은 모두 해외로 유출될 뻔했다.
실제 이 휴대폰 기술들이 해외로 빠져 나갔더라면 피해액만 총 1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국내 휴대폰 제조회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22일 슬림폰 등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 제조 기술을 빼돌려 카자흐스탄으로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로 삼성전자 선임 연구원 이모씨(34)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씨와 공모,카자흐스탄의 유력 정보통신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려 한 장모씨(34)도 구속 기소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초·중학교 동창 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1∼5월 삼성전자의 휴대폰 기술을 빼내 카자흐스탄 정보통신회사 누르샛(NURSAT)에 넘겨 주고 수십억원을 벌어들일 계획을 세웠다.
이씨는 같은 해 11월22일 삼성전자 사내 통신망에 접속,슬림폰(모델명 SCH-V740)과 안테나 내장형 최신 PCS폰(모델명 SPH-S1300)의 회로도 및 배치도 파일을 다운받은 뒤 A4용지 15장으로 출력해 몰래 가지고 나왔다.
이씨는 그날 곧바로 회로도 15장을 장씨에게 넘겨주고 누르샛과 연결된 카자흐스탄 관계자를 함께 만나 그 회로도들을 보여줬다.
이어 이들은 다음달 16일 컨설팅과 스카우트 비용 등으로 650만달러를 요구하고 누르샛에 건네주라며 회로도 두 장의 사본을 그 관계자에게 넘겨줬다.
검찰은 이후 회로도 사본을 카자흐스탄 관계자를 통해 회수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유출하려 한 기술은 삼성전자가 2004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6억2000여만원을 투입해 개발한 것으로 해외로 빠져 나갔더라면 1조30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삼성측은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기업형 산업 스파이 성격이 농후할 뿐 아니라 최근 발생한 3건의 휴대폰 기술유출 사고에 연이어 터져 나온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첨단범죄수사부는 지난해 11월 휴대폰에 PDA(개인휴대단말기) 기능이 첨가된 스마트폰(예상 피해액 8조8000억원) 기술을 미국으로 유출하려던 삼성전자 연구원 등 4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또 올 1월부터 팬택의 지상파 DMB폰 기술을 가지고 경쟁사인 KTFT로 이직한 연구원을 수사 중에 있다.
경찰청도 지난달 휴대폰으로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3.5세대 CDMA 휴대폰(예상 피해액 2조3000억원) 기술을 유출하려 한 국내 E사 연구원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폰 등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한국 기업이 입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휴대폰 제조사들이 자체 기술 보안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