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의 한국시장 철수 공식 선언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까르푸의 매각과정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 진출 후 '본사 영업전략 고수→때늦은 현지화전략 실패→공개매각 선언' 등 일련의 과정이 까르푸의 일본시장 철수절차를 판에 박은듯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대상자 선정과 최종 매각과정에선 일본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필립 브로야니고 한국까르푸 사장은 이르면 이달 말께 매각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작년 말 신규 점포 확충,전 점포 리뉴얼링 등 공격경영을 선언하고 매각설의 진원지인 롯데마트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던 건 매각을 숨기기 위한 '연막'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일본까르푸도 2004년 10월 매각 사실을 공식화하기 1년 전인 2003년에 일본 현지인을 점장으로 발탁하고 2년 내에 점포(당시 5개 점포)를 20개까지 늘리겠다는 경영전략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이나 한국까르푸의 비슷한 매각 수순은 여기까지다. 우선협상자 선정이나 매각 추진 속도에는 분명 차이를 두고 있다. 이번 한국까르푸 매각에서는 '복수 우선협상자 선정'과 '속전속결',두 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의 뼈저린 경험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산인 셈이다. 실제 2004년 10월 일본까르푸의 매각 검토 사실이 알려진 뒤 다음 해 3월 일본의 이온그룹에 넘어가기까지는 5개월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당초 월마트 등이 제시했던 3억달러의 인수가격이 3분의 1로 줄어들어 제값을 못 받았다는 게 까르푸측의 후회다. 이번 한국까르푸 매각에서는 흥정을 제대로 못 붙여 시간만 끌다 손해를 보는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당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송한 '매각'의향서를 '인수'의향서로 표현하고 개별 미팅을 통해 매각 설명회를 가진 것도 인수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또 조만간 우선협상자를 롯데 홈플러스 등 2~3개 업체로 좁혀놓고 할인점업계의 판도를 재편할 '캐스팅 보트'를 쥔 한국까르푸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계획도 최종 계약을 앞당기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