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다 명예퇴직하고 서울 관악구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하는 이모씨(49)는 요즘 장사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고민거리를 가슴 속에 안고 산다.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노후 대비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퇴직금이 없는 데다 국민연금은 미덥지 못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안전망도 부실해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는 노후까지 스스로 책임지는 재무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보험은 기본이며 세제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새는 현금 많아 입·출금 관리는 매일매일


자영업자의 가장 큰 특징은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수입은 일정하지 않은데 음식재료를 사는 등 매일 매일 현금 지출이 발생하는 게 첫번째 이유다.


세원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자기보호 심리도 다분히 깔려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가 날로 강화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세금을 적게 내려는 전략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오히려 많은 현금보유로 씀씀이만 헤퍼진다.


따라서 자영업자는 그날 그날 생기는 수입과 써야 할 지출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김동희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정해진 수입 범위 내에서 지출을 통제하는 게 재무설계의 핵심이지만 자영업자는 하루하루 발생하는 입·출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열쇠"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당일 수입을 꼭 금융회사에 예치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자도 상당히 높은 종금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트는 것은 기본이란 것이다.


지출의 경우 하루 1회 또는 주 1회 식으로 일정한 기간을 정해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입과 지출에 따른 기간 불일치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현금 부족에서 오는 곤란함을 겪게 된다.


일시적 현금 부족으로 흑자도산을 겪을 수도 있다.


김윤석 HSBC은행 CFP는 "장사가 안 되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3∼6개월 정도의 중·단기 상품 비율을 높이고,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펀드상품보다는 원금보장이 되는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는 수익률보다는 안전성에 중심을 두는 투자가 합리적"이라고 권했다.


◆다양한 보험가입으로 노후 보호막 쳐둬야


자영업 수입만으로 가계를 꾸려갈 때 가장 큰 재무적 위험은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이 질병 등으로 일을 못 하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때문에 필요한 보험에 제대로 가입하고 보장 설계를 확실히 하는 것 또한 필수다.


재산 손실에 대비해 화재 및 도난과 관련된 손해보험과 가족의 의료비 지원 등이 가능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다.


한명희 ㈜파이낸피아 CFP는 "본인이 사망 또는 질병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에 대비해 종신보험 등에 들어 가족생활의 안정을 담보해 둬야 한다"며 "퇴직금이 없는 만큼 연금상품에 가입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반드시 절세상품을 파악해 중점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