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고려대 정경대학장·경제학 > 올초 대통령 신년연설에서 '양극화'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여당에서는 이 문제를 우리 사회의 최우선 해결과제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를 비롯한 일부 지식인들이나 야당 일각에서는 양극화란 표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이를 빈부격차의 심화 내지는 신빈곤층의 증가문제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주장하고 있으며 양극화문제를 정치적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는 등 주요 쟁점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양극화란 대내외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경제주체의 적응능력 격차로 인해 경제적 성과가 양극단으로 분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최근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되기는 했어도 아직도 중산층이 65~70%에 이르러 중간계층의 쇠퇴 내지는 몰락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최근 양극화 논의나 대책은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양극화의 주된 근거로 삼고 있는 등 엄격한 의미에서의 양극화 개념과는 다소 괴리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의미에서 양극화의 개념이 이미 학계나 언론계,시민사회에 정착돼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따라서 빈부격차의 심화 내지는 신빈곤층의 증대까지도 포괄하는 느슨한 의미에서의 양극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양극화는 소득분배뿐만 아니라 수출과 내수의 산업간 양극화,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업간 양극화,지역간 양극화 등 그 원인을 구조적 현상으로 파악할 때 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자산과 교육의 양극화 등도 포괄할 때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양극화 현상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나 우리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양극화 원인으로는 첫째 대내외 경제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세계화로 인한 무역의 확대와 정보기술(IT)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수출·내수 양극화와 산업간 양극화가 부각됐다. 둘째 수출ㆍ내수의 산업연관 관계 미약, 중소기업성장기반 취약,비정규직 비중의 증대 등 고용구조 악화 및 세입ㆍ세출 측면에서의 소득재분배 기능의 미흡 등 구조적 원인을 들 수 있다. 셋째 수년간 계속돼 온 내수 부진이 수출ㆍ내수 산업의 양극화를 증폭시켜 온 주범으로 지적될 수 있다. 넷째 중국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세계적으로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단순노동에 대한 보수가 낮아지고 전문인력과 자본에 대한 보수는 높아지는 등의 이유도 양극화 심화의 범세계적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산업,기업,사람,지역 등 전 영역에 걸쳐 확산돼 노사관계 및 고용불안,계층간 위화감 조성 등 각종 사회갈등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양극화가 구조적 현상으로 고착화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조업 위주의 각종 지원책을 서비스업종 투자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제조업을 지원하는 지식집약적 생산적 서비스업을 집중육성하는 등 내수활력 복원과 서비스산업의 육성 등을 통해 지속적 안정성장의 기반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수출확대가 투자확대→고용창출→소비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치,사회 전반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기업,근로자 등 경제주체들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함께할 때 양극화의 고착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