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미디어 판도를 흔들고 있다.

'스포츠 중계=TV'라는 등식이 깨지고 인터넷과 휴대폰이 새로운 중계 매체로 떠올랐다.

특히 TV보다 인터넷으로 중계방송을 시청한 사람이 더 많은 현상이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위성 DMB 가입자도 하루 1500명에서 3000여명으로 두 배 늘었다.

16일 시청률 조사 기업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과 미국의 WBC 8강전을 TV로 시청한 사람은 140만7000명으로 추산됐다.

반면 이 경기를 야후코리아의 인터넷 중계로 본 사람은 160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간대에 TV와 인터넷으로 경기를 중계했을 때 인터넷 시청자 수가 TV 시청자 수를 웃도는 현상이 세계 최초로 발생했다.

야후코리아는 경기 후 재방송을 본 사람까지 합하면 한국-미국전의 인터넷 관람자 수는 무려 326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 16일 한국과 일본이 재격돌한 8강전 역시 경기시간대 시청자 수에서 인터넷이 TV를 추월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터넷 시청의 인기는 지난달 16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인터넷으로 중계한 한국과 멕시코의 축구 경기 중계에 100만명이 몰렸다.

이후 인터넷 시청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야후코리아가 지난 13일 중계한 한국-멕시코 WBC 야구경기는 접속자 수가 165만명에 달했다.

4강행을 확정지은 16일 한국-일본전은 400만명이 지켜본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순간 동시접속자 수는 24만명에 달했다.

이틀 전 열린 한국-미국전의 동시접속자 수 20만명을 뛰어넘었다.

인터넷 시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일방적으로 보기만 하는 TV와 달리 인터넷은 댓글을 달며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두고두고 경기를 반복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인터넷 중계에 네티즌이 몰리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한국이 일본 멕시코 미국 등 강호들을 연파하자 시청자들의 인터넷 쏠림 현상은 더욱 강해졌다.

이렇게 되자 인터넷 중계에 광고가 여러 개 붙는 새로운 현상까지 나타났다.

야후코리아 성낙양 사장은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면서 경기에 대한 관전평을 네티즌끼리 나누고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등 인터넷 중계가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BC는 위성DMB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급한 용무로 이동 중일 때도 위성DMB로 생생하게 빅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특히 지하철에서 야구중계를 시청한 마니아들은 "위성DMB 원더풀"을 외칠 만했다.

국내 유일의 위성DMB 서비스 사업자인 TU미디어는 WBC 덕분에 가입자가 평소보다 2배 많은 4000명에 달하는 등 특수를 누렸다.

TU미디어는 16일 WBC 한·일전 시청률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위성DMB 본방송 이래 사상 최고 기록이다.

WBC 위성DMB 시청률은 8강전인 지난 13일 멕시코전(17.5%)부터 가파르게 상승했고 14일 미국전에서는 23.4%를 기록했다.

TU미디어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 멕시코 미국 등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한 데다 주요 경기 일정이 DMB 주시청 시간대인 평일 낮시간과 맞물려 최고 시청률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WBC 4강 진출에 힘입어 한동안 침체했던 위성DMB 가입자도 크게 늘었다.

월 1만3000원씩 시청료를 내는 위성DMB 가입자는 약 47만명(3월14일 현재)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월 1만3000원인 유료 가입자는 하루 평균 1500∼2000명 선이었다.

그러나 멕시코전이 열린 지난 13일에는 3500여명,미국을 대파한 14일에는 3700여명,16일에는 400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당초 이달 말로 예상했던 유료 가입자 50만명 돌파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TU미디어 관계자는 "오는 6월 월드컵 축구 생중계는 물론 주요 인기 콘텐츠를 확보해 지상파DMB와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명수·임원기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