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야구 월드컵이라는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팀이 1차전에서 일본에 기막힌 역전승을 거두더니 2차전에선 멕시코를 이기고 급기야 야구 종주국이라는 미국까지 대파,모처럼 온국민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한국야구팀이 이처럼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는 요인에 대한 분석은 많다. 선수들의 세계무대 진출에 따른 기량 향상,국제화에 의한 정확한 정보,잡음 없는 뛰어난 팀워크,김재박 선동열 감독 등 코칭 스태프의 활약,한국야구위원회(KBO)의 '4강 진출시 병역 혜택'과 '보너스 10억원' 약속 등. "30년동안 일본을 못이길 것"이라는 스즈키 이치로의 발언도 투지를 높이는데 한몫 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연승 행진의 일등공신은 휴먼 야구를 지향하는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이라고 전해진다. 미국을 이기고도 "감독이 뭐 한 게 있어? 지들이 열심히 한 거지"라고 말하는 감독의 리더십이 팀을 최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감독에 대한 평은 한결같다. 선수들을 대화로 다독이고,신인과 노장 할 것 없이 부진해도 믿고 기다리며 기회를 줌으로써 능력을 이끌어내는 덕장(德將)이라는 얘기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거나 무슨 일이 생겨도 선수를 대놓고 다그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힘을 지녔다고도 한다. 어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은데 대한 아쉬움 탓인지 무조건적인 지옥훈련을 지양하는 대신 선수들의 몸 관리를 과학적으로 하고,밤낮 없이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작전을 수립하는 치밀함의 소유자라고도 들린다. 선수를 믿고 기다리고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은 덕과 실력을 함께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겸손과 절제,전문성으로 무장된 리더가 부여하는 믿음과 기회는 팀원 개개인의 잠재된 무한능력을 이끌어낸다. 경기력이 차이나도 승부의 결과가 다를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