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화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최근 TV 광고를 보면 소비자에게 사랑을 표현하거나 소비자들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구애형 광고'가 많아지고 있다. 브랜드를 소비자 가족의 일원으로 묘사한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사랑을 직설적으로 구하는 GS그룹의 '안아 주세요' 광고를 예로 들 수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원하는 것은 단지 매출과 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이유만은 아니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들은 기업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 노력하는 든든한 지원자의 역할을 한다. 주식내부자 거래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았던 마사 스튜어트가 화려하게 재기한 것도, 정크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꾸준히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는 것도 모두 논리를 넘어선 소비자들의 '사랑'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은 일시적인 호감이나 이성적이고 논리적 평판인 신뢰, 존경을 넘어선 절대적인 감정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사랑'의 영역으로 브랜드 관리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사랑의 감정은 '친밀감' '열정' '책임감'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이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사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친밀감이란 오랜 기간 알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친숙한 느낌을, 열정은 브랜드를 소유하거나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를, 책임감은 브랜드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사랑은 7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7가지 유형은 친밀감은 강하지만 열정과 책임은 상대적으로 약한 '소꿉친구 같은 사랑', 강력한 열정으로 브랜드에 심취·몰입하지만 관계가 일시적이거나 비밀스러운 경우에 나타나는 '탐닉적 사랑', 친밀감 열정과 같은 감성적 동기는 부족하지만 소비자의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해 주는데 충실한 브랜드에 대한 '실리적 사랑', 친근감이 형성되고 몰입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낭만적 사랑', 친밀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가 고착화됐지만 열정은 부족한 '가족 같은 사랑', 소비자가 열정과 지속적 구매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지만 관계의 주도권을 브랜드가 소유하고 있는 '복종적 사랑', 마지막으로 친밀감과 열정, 책임감이 균형 있게 충족된 '완성된 사랑'이다.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완성된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기술과 감성 경쟁력을 고루 갖춰 IT업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애플'이 있다. 애플은 1970년대 기본적이고 편안한 사과 모양을 로고로 사용하면서 퍼스널 컴퓨터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친근감을 형성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아이맥 아이팟 등 시대를 앞선 기능과 디자인 제품을 출시해 마니아 고객층을 확보하며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맥 컴퓨터를 개선하고 음악서비스 아이튠즈와 아이팟의 조합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제품 혁신 활동을 통해 고객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CEO 스티브 잡스의 흥미진진한 인생 스토리도 소비자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애플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을 증대시킨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톱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격 기능 등을 이유로 선택받는 '좋은 브랜드'에서 절대적 감정인 '사랑받는 브랜드'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완성된 사랑을 무조건 추종하기 보다 브랜드 역사와 전통의 독특성 등을 고려해 단계별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식품 가전 등 일반소비재는 친밀감을, 패션 명품 등 뷰티상품은 열정을, IT 금융 등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책임감을 유도하는 것이 기초가 돼야 할 것이다. 일방적 획일적으로 사랑을 호소하는 구애형 광고를 펼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원하는 소비자의 브랜드 사랑 유형을 판단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구하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