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에 가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편안하고 즐겁고 환상 속에 온 것 같잖아요.


승객들이 비행기 안에서 비슷한 기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지난 10일 미국 시애틀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에버럿의 보잉 '페이로즈 컨셉트 센터'(PCC:Payloads Concept Center)."기내 인테리어를 개선하기 위해 BMW 포드 MS(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랜드 등 20여개사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리치 심스 수석 디자이너에게 "디즈니랜드와는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PCC는 미래의 기내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자인센터로 미술 디자인 심리학 등을 전공한 30여명이 일하는 보잉의 핵심 조직 가운데 하나.


소속 디자이너들이 받는 연봉은 사내 최고 수준이다.


기내 인테리어가 항공기 선택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이곳 디자이너들은 철저하게 승객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낸다.


건물 로비에 노인체험복(Ageing Suit)을 착용한 채 서 있는 마네킹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무릎 팔꿈치 팔목 허리 등에 부목을 덧대 움직이기 불편하게 만든 특수 복장이죠.노인들이 기내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디자이너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직접 입고 테스트를 합니다."(케빈 질크 디자이너)


디자이너들의 이런 노력은 B787,B747-8 등 보잉이 선보일 최첨단 항공기에 갖춰질 각종 시설물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샤워부스' 'VIP라운지' '승객용 침실' '첨단 화장실' 등 실물크기 모형(Mock Up)들이 그것이다.


기내에 다량의 물을 싣기 어려운 점을 감안,샤워부스는 분무(Misting)식으로 설계됐다.


물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샤워실에 설치된 10여개의 분무구를 통해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마치 샤워를 한 것 같은 상쾌함을 준다는 설명이다.


1명이 샤워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약 1ℓ.분무-비누칠-분무(헹굼)-건조 등 샤워에 걸리는 시간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심스 디자이너는 "자동 세차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면서 "1회 작동이 끝나면 살균약품이 벽면에 뿌려져 다음 승객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무원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돼 온 취침실도 숙면을 원하는 승객들을 위해 침실처럼 업그레이드했다.


'꿈의 화장실(DreamLav)'로 이름 붙여진 화장실은 '청결함'과 '편리함'에 민감한 여성과 어린이 승객에게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수도꼭지,비누 분출기,쓰레기통 뚜껑 등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것은 물론 엉덩이가 닿는 부분도 자동 세척된다.


이 밖에 기내 2층에 들어설 호텔 수준의 VIP라운지와 유아용 놀이시설,운동시설 등도 개발이 완료돼 여객기에 적용될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케네스 머서 국제판매담당 매니저는 "기내 시설뿐 아니라 취침 식사 독서 등에 가장 적합한 조명에 대한 연구도 PCC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은 항공사의 주문에 따라 B787과 B747-8 기종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머서 매니저는 "머지않아 승객들은 비빔밥이 가장 맛있게 보이게 하는 조명 아래에서 식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버럿(미국)=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