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오는 1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무엇보다도 한 부총리는 경기부양책을 동원하지 않는다는 일관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경기회복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 나서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등 개방과 경쟁의 정착을 통해 한국경제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 부총리의 핵심적 정책중 하나인 8.31부동산종합대책은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실제로 성과를 거둘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교육.의료.법무.회계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향상 노력도 아직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양극화 해소와 관련한 각종 정책의 효과도 피부로 느끼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조세개혁을 비롯한 일부 개혁조치들이 정치논리에 밀려 제 속도를 못내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에 해당된다. ◇경제지표 개선..체감경기는 부진 한 부총리가 작년 3월 취임한 뒤 거시지표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4분기 2.7%에서 2.4분기 3.3%, 3.4분기 4.5%, 4.4분기 5.2%로 높아졌다. 민간소비는 2003년 2.4분기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작년 1.4분기 1.4%, 2.4분기 2.8%, 3.4분기 4.0%, 4.4분기 4.6% 등로 회복세가 가속화됐다. 한동안 수출에만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성장이 내수의 회복으로 균형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취임당시인 작년 3월 코스피지수는 월평균 988선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1천379를 기록했고 최근들어서도 여전히 1천300선을 지키고 있다. 물가 상승률도 2004년 3.6%에서 지난해 2.7%로 낮아지면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아직 안심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양극화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작년 연간 설비투자는 3.4% 증가에 그쳤고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수는 월평균 29만9천명으로 전년의 41만8천명에 못미쳤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43에 이르면서 99년의 5.49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8.31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아직도 안정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작년 12월 0.2%, 올 1월 0.5%, 2일 0.6%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강남권은 2월에만 1.5% 상승했다. ◇ 개방.경쟁 통한 경쟁력 향상 노력 한 부총리는 취임이후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안정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원칙 아래 다양한 정책들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의 성과가 곧바로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한 부총리는 취임 이후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에 치중하면서 성장잠재력 확충,양극화 해소 대책, 경제시스템 선진화, 적극적 대외 개방 및 국제화, 저출산.고령화 등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했다. 그는 8.31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과 서민 주거 안정을 추진했고 생계형 금융채무 불이행자 대책,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교육.의료.보육 등 사회서비스업 개방 계획 등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을 꾀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자활근로사업 확대, 재래시장 대책,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추진,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 등 경제 시스템 선진화에도 나섰고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작 등 세계경제와의 소통 확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래 준비를 위한 역모기지 제도 활성화,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등 저출산.고령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무리한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은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8.31종합대책의 결과는 좀더 두고봐야 하며 다른 정책들의 성과도 중장기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 `권위주의'에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한 부총리의 리더십은 이전 부총리들의 `카리스마형'과 달리 `수평적 리더십'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권위주의적 통제보다는 전문적 식견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한 뒤 정책으로 추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내부 평가다. 한 부총리가 농림부.환경부.산자부 등 경제부처들 실무진과의 격의없는 토론을 통해 복잡한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수평적 리더십'의 모습에 해당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 부총리는 독서와 연구 등을 통해 각종 경제사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경제부처들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전하고 "재경부내 부하직원들에 대해서도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의해 경제적 리더십이 다소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논리가 경제적 논리를 누르면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면서 "경제 리더십이 정치적 권력에 의해 훼손되면 경제가 튼튼하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한미 FTA와 양극화 문제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한 부총리가 한미 FTA 협상과 양극화 해소 등 현안에 대한 경제부처간 조율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한미 FTA 협상을 조급하게 진행하지 말고 보완책을 적절히 세우면서 진행해야 하고 경제부처간 조율에 보다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임기 후반의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재경부가 경제부처 리더 부서로서 역할과 방향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친 경기순환 사이클에 의존해 우리 경제를 낙관하기 보다 대외경제 여건을 세밀히 관리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 부총리 취임 이후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전반적으로 무난했지만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올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약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 회생에 대한 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할 필요가 있고 작년부터 논의되고 있는 교육.의료시장 등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에도 탄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경제부총리는 경제의 사령탑인데 청와대 등의 인적구조 때문에 자신의 철학을 제대로 관철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경제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총리에게 맡기고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하면 안되고 경제활성화를 추진한 결과로써 양극화가 해소돼야 한다"며 "목적지향적으로 가지말고 정책도 순리적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