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학살 혐의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64)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의 한 감옥에서 갑자기 숨졌다. 이에따라 1990년대 자행된 발칸반도 유혈사태의 진실 규명이 미궁에 빠지게 됐다. 밀로셰비치의 변호인인 젠코 토마노비치는 밀로셰비치가 독살됐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체 부검을 모스크바에서 실시할 것을 요구했지만,ICTY측은 부검은 네덜란드에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ICTY은 11일 성명에서 "밀로셰비치가 그의 감방 침대에서 숨져 있는 것을 한 교도관이 발견,상부와 의료진에게 알렸으며 곧이어 사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는 1990년대 악명 높은 '인종 청소'로 발칸 반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독재자다. 이른바 '발칸의 도살자'로 불리며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 발칸 전역에서 전쟁과 학살을 자행,20만여명을 숨지게 하고 300만여명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또한 그는 유고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인륜 범죄와 1995년 보스니아에서 7000여명의 이슬람 교도들을 학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그는 지난 2002년 2월 이후 4년간 ICTY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그는 지금까지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해 왔으며, 2001년엔 미국 한 방송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내린 결정은 모두 합법적이었으며 유고슬라비아 헌법과 자위권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옥중 사망 소식을 들은 코소보 등 피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인과응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