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0년간 일하면서 다음 30년의 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고령화 쇼크'는 충격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적어도 향후 60년을 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재무설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빨리 할수록 노후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준비가 늦으면 늦을수록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체계적인 대비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PCA생명 추산에 따르면 30세 직장인이 국민연금 등 다른 노후자금 없이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총 자금은 9억6757억원으로 매달 62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40대 직장인이라면 월 부담액이 113만원(총 노후자금 7억1996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목표없는 저축습관을 버려라 학교를 졸업하고 갓 취업한 20대 중·후반은 생애 재무설계의 기틀을 다지는 입문기로 매우 중요하다. 한 푼의 수입도 소중히 여기는 자세도 사회 새내기 때부터 키워야한다. 은행이 아니라 증권사 CMA계좌로 월급통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반의 인식과 달리 이용에 큰 불편이 없고 이자도 은행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 주식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통계적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대박'을 꿈꾸며 복권 등에 돈을 쏟아부어선 곤란하다. 재무설계는 대박을 만들어주는 매직플래닝이 아니라 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주는 생애 재테크전략이다. 따라서 목표를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 목표가 명확해야 그에 따른 전략도 나오고 계획도 세울 수 있다. 박성호 PCA생명 지점장(FP)은 "3년간 공들여 모은 적금을 받아 아무 생각 없이 자동차를 사고 다시 별다른 생각 없이 적금에 드는 게 재테크의 최대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진행하는 저축과 투자는 힘은 더 들고 효과는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목표 없는 저축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필요한 자금의 우선 순위를 정하라 향후 필요한 자금의 우선 순위를 정한 뒤 뒤돌아보지 않고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저축하고 투자하는 게 최선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금의 규모나 시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분명한 점은 그 수요에 맞춰 준비해야지,그렇지 않으면 돈에 휘둘리는 삶이 되기 쉽다. 하지만 결혼자금 마련,내집 마련 등 단기적 목표를 겨냥한 몰빵식 재테크는 피해야 한다. 결혼자금,주택자금,자녀 교육자금,노후자금 등 앞으로 살아가면서 단계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언제까지,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더 신경을 쓸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 같은 기본 설계도를 토대로 현재 마련해놓은 금액과 앞으로 투자하려는 금액 등을 대입해 투자원금보다 목표금액이 훨씬 크다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등 방법을 조정하면 된다. 전문가들이 첫 월급을 타면 우선 치밀하게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본은 급여의 절반을 저축 또는 재테크에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포트폴리오는 전문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내집 마련 30~40%,결혼자금 20~30%,연금저축 20%,각종 보험 10% 선이 일반론이다. 나머지는 주식 등에 과감하게 투자하면 된다. 월 평균 급여가 200만원 정도면 최소 30만원을 연금저축이나 사적 건강보험에 투입하라는 얘기다. 한상언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 재테크팀장은 "생애 재무계획을 설계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은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처음에 계획을 잘 세워 중간에 필요한 부분을 조정해 나간다면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금 30년은 물론 은퇴 후 30년이 훨씬 안정감있으면서 윤택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