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회계기준 제정 독립성 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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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기 < 연세대 교수·경영학 >
엔론사태 이후 지금까지 세계자본시장에서의 중요한 화두는 어떻게 기업재무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건실한 회계기준을 제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실한 회계기준이 부실 재무공시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또 자본시장에 만연된 부실한 재무공시는 그 자본시장에 상장된 주식들의 평가절하를 유발한다.
이것이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주요 이유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는 첫걸음은 건실한 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것이다.
회계기준의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제정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이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과 같이 복잡한 거래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관련된 회계기준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또한 기업이 공시하는 재무정보는 소액투자자,채권자,기관투자가,노동조합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용한다.
따라서 회계기준은 어느 한 이해관계자에 치우치게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회계기준 제정에 있어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높은 수준의 회계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이들이 독립성을 갖고 회계기준을 제정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회계기준 제정기구를 국가기관의 형태보다는 민간기구의 형태로 갖는 것이 필요하다.
서열과 규칙이 엄격한 국가기관의 형태로는 서열을 뛰어넘어 전문성 수준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높은 보수를 주기 어렵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또한 상명하복의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들의 독립적인 사고를 보장해 주기도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민간기구의 형태 회계기준제정기구이다.
우리나라는 6년 전 회계기준 제정을 위한 민간기구로 회계연구원을 설립했다.
이는 당시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IMF가 강력히 권고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회계기준 제정업무를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기구에 위임하는 것은 선진국, 특히 영미국가들에서는 지금까지 관행으로 지켜져 왔다.
또한 자본시장과 회계분야에서 세계 선두에 서 있는 이들 국가를 따라 많은 나라들이 법적 형식이야 어떻든 실질적으로는 전문적인 민간기구에 회계기준의 제정을 위임하고 있는 것이 세계 자본시장에서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회계연구원은 설립된 후 지난 6년 동안 20개의 회계기준서를 제정,공포함으로서 의욕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민간 회계기준 제정기구로서 회계연구원이 국제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보장돼야 한다.
첫째는 관련 국가 감독기관으로부터 회계기준 제정 과정상에 있어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러한 독립성은 법률적으로 보장받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기업회계기준제정을 왜 민간기구에 위임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감독기관과 또 회계연구원사이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로는 재정적인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재정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해야만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또 이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계기준이 국제적인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는 민간 회계기준 제정기구인 회계연구원이 독립성을 갖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재정적 독립도 시급하다. 또한 회계연구원은 이에 부응해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을 모으고,이들이 독립적인 입장에서 국제적 수준의 기업회계기준을 제정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제정과정상의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