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상황 진단이다.


해외에서도,국내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위기의 원인이 된 환율이 2004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힘든 만큼 수익성 악화 현상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수는 올해부터 나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사관계마저 꼬여 있어 생산 차질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첩첩산중 해외시장


현대·기아차는 해외시장 곳곳에서 환율 하락의 충격파를 맞고 있다.


해외 수출 비중이 70% 수준에 달하는 데다 부품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현대·기아차의 순이익이 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은 올해 환율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도요타 등 해외 경쟁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환율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수익성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판매가를 올려야 할 입장이지만 경쟁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 비용을 늘릴 여지까지 생겼다.


실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등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보다 싼 소형 차를 내놓거나 기존 차량 가격을 떨어뜨리며 국내 메이커들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당수 경쟁업체들이 지금을 '현대·기아차의 성장을 꺾을 수 있는 호기'로 보고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깜깜한데 노사 관계도 불안


국내 메이커들은 내수 판매를 늘려 해외에서의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한다는 구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올 들어 특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환원된 데다 각종 세금이 추가로 인상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소비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1~2월 내수 판매대수는 17만여대에 불과했다.


올해 연간 예상치(125만대)를 달성하기엔 부족한 수치다.


현대·기아차도 연초 발표한 올해 내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 시장을 빠른 속도로 수입차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차는 올 1~2월 중 작년 같은 기간(3466대)보다 77.1% 증가한 6138대나 판매됐다.


불안정한 노사 관계도 복병이다.


노조가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자동차 노조들의 산별노조 전환 등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자칫 파업으로 인한 생산성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