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해찬 총리 골프파문' 수습방향을 놓고 당·청 간은 물론 당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이 총리의 거취 여하에 따라 여권 전체가 분란에 휩싸일 수도 있는 절박한 처지다. 해임건의안 카드를 앞세운 야당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정 의장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수 있지만 여론의 향배와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릴수 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정 의장은 일단 당 내부 갈등표출을 틀어막는 데는 성공했다. 일찌감치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 후 상황을 종합 판단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개인적인 의견표명을 자제해 달라"고 '함구령'을 내려 외형상 심각한 불협화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의 결정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현재 당내에선 이 총리의 사퇴 여부를 놓고 정 의장측과 재야파측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지만 대체로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52.8%로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41.6%)라는 의견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 기류가 사퇴불가피론 쪽에 여전히 무게가 실려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 총리를 유임시키고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반드시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적을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정 의장은 사퇴를 통한 조기수습 쪽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관건은 노 대통령의 선택이다. 정 의장이 이 총리의 사퇴를 이끌어낼 경우 정 의장의 리더십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당·정관계에서 당 우위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퇴로 가는 과정에서 당내 일부 반발이 불가피하겠지만 역풍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거꾸로 노 대통령이 당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실제 대통령의 스타일과 최근의 청와대 기류를 감안하면 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당장 당·청갈등이 불거질 개연성이 크다. 벌써부터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할 경우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의장의 리더십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당심을 모으는 게 정 의장으로선 최우선 과제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