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그의 취임 후 한 달은 '정중동(靜中動)'으로 요약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왕의 남자' '부총리급 실세 복지부 장관' 등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대외적으로는 한껏 몸을 낮춰 소리가 없었다. 그러나 닷새에 한 번꼴로 노인·장애인을 찾는 현장 행정으로 참여정부의 이미지 개선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달 1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정치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은 없을 것이며 99.9% 보건복지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의 입에서는 거친 독설이 사라졌고,몸은 한껏 낮아졌다. 국회를 찾아서도 잘 할 기회를 달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조직 관리도 '안정' 위주였다. 자신이 외부에서 데려와 채울 수 있는 자리는 네 자리였으나 장윤숙 전 보좌관을 정책보좌관으로 앉힌 것을 빼고는 내부 인력을 썼다. 최신광 보건복지부 직장협의회 회장은 "평가하기엔 이르나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얘기를 들으려 하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대외활동은 적극적이었다. 유 장관은 "어르신들을 잘 모시고 싶다"는 취임 일성에 걸맞게 총 20일의 근무일 중 4일을 노인 등 소외계층을 찾는 데 할애했다. 장윤숙 장관정책보좌관은 "엄연히 장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고 애초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유 장관의 변신을 "두고 볼 일"이라며 의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청와대 코드에 충실하고 자신의 정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일 뿐 기본 자세가 바뀐 것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다.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헝클어놓은 여당의 민감한 정치지대인 경로세대를 우선적으로 공략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