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8일 전날보다 5원50전 상승한 982원10전을 기록,한 달 반 만에 980원대에 진입하자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네 자릿수 환율 회복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재정수지 적자)',일본의 통화정책 변경,위안화 절상 등 환율 하락 요인이 많아 원·달러 환율의 네 자릿수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달러 강세에 수급여건도 개선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이후 나흘 연속(거래일 기준)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돼 미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국내 수급상황을 봐도 달러를 사려는 세력들이 많다. 우선 외국인들이 닷새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주식을 순매도하면 차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다.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도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다. 또 3~4월에는 국내 기업들로부터 배당금을 받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국 송금을 위해 달러화를 매수할 것이란 기대감도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수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달러화 공급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난 영향으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무역수지 흑자는 10억3800만달러를 기록,흑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1000원 선 회복 가능할까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의 배당금 송금 수요가 몰리는 4월까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 강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금 관련 달러 수요가 실제로 나오면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000원 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휘봉 하나은행 과장은 그러나 "2월 말 원·달러 환율이 960원대에 머무르고 있을 때 수출업체들이 달러화를 내다 팔지 않았는데,이 물량이 원·달러 환율이 980원 선을 넘어서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네 자릿수 회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물량이 무난히 소화돼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선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네 자릿수 안착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김병돈 조흥은행 부부장은 "미국의 대외불균형 문제뿐 아니라 위안화 평가 절상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