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미국의 칼 아이칸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도 KT&G처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계 펀드 `얼라이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ACM)'가 포스코의 지분을 확대한 가운데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포스코의 경영권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철강 경영환경이나 경영권에 대한 위기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연말부터다. 이구택 회장은 작년 12월 출자사 경영회의에서 "내년에는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돼 중국의 영향을 직접 받는 출자사들은 상당히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며 "향후 2년간은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이며,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련을 맞게 될 수 있다"며 위기감을 처음 제기했다. 이 회장은 이어 1월2일 시무식에서도 "이제 우리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불황의 골짜기로 들어가고 있다"며 "이는 세계 철강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찾아온 구조적인 변화로, 과거와 달리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위기의식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지난달 경영진과 근로자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운영회의에서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인도계의 미탈스틸이 2위 업체인 아르셀로 인수를 선언하는 등 세계 철강산업의 M&A 바람과 관련, "우리 회사도 M&A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실제 M&A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때마침 칼 아이칸이 KT&G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달 10일 ACM이 포스코의 지분을 계속 매집해 6.86%로 확대했다고 공시하면서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 위기감은 한층 고조돼 왔다. 여기에 AWSJ가 6일 "포스코가 칼 아이칸의 경영권 인수 위협을 받고 있는 KT&G와 유사점이 많아 또다른 적대적 M&A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위기감이 한층 팽배해지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포스코의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율은 ACM을 포함해 70%에 달할 정도로 비교적 높은 반면 국내 주주의 지분은 SK텔레콤의 2.85%가 최대다. AWSJ는 여기에 포스코가 해당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 SK텔레콤 지분을 포함해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비핵심 영역의 자산을 보유한 점 등도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KT&G와의 유사점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최근 세계 철강업계의 경영환경에 대해 `위기' 의식을 갖고 있지만 포스코가 적대적 M&A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즉 ACM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서는 ACM의 성격이 펀드이기 때문에 칼 아이칸처럼 경영 참여를 선언할 경우 투자가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 펀드가 여러 개이고 각 펀드마다 여러 투자자가 있어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포스코측의 판단이다. 포스코는 또 뉴욕과 런던, 도쿄 등 세계적으로 상장돼 있어 적대적 M&A 시도가들어오더라도 표대결을 위한 우호지분 확보가 어려우며, 국내 주주의 지분이 약 30%에 달해 경영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M&A 시도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 철강산업의 M&A 바람 등 미래의 철강산업 구조 개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최근 강구중"이라며 "그러나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당장 가시화된 움직임은 없어 주식 매입 요청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향후 혹시라도 적대적 M&A 시도가 들어오면 우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확대나 국내 기관에 대한 지분 매입 및 정부지원 요청 등의 대응책을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