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구입 재산관리 등 주요 경제 문제는 부부가 함께 결정하지만 부부싸움 원인의 절반 이상이 돈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버지에게 자신의 고민을 의논하는 청소년 자녀는 100명중 4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해 2일 발표한 '2005년 전국 가족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가족실태조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 2925가구 5973명(만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결과는 5년마다 수립되는 '가족정책기본계획'에 반영된다. ◆청소년,'아빠하고 얘기 안 해요' 고민이 있는 15~24세 청소년(응답자 304명)은 의논 대상으로 친구(37.2%)와 어머니(31.9%)를 각각 1,2위로 꼽았다. 아버지라고 답한 비율은 고작 3.9%에 불과했다. 자녀의 48.8%는 '아버지와 대화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어머니와는 25.8%가 부족하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특히 최근 한 달간 산책이나 운동·영화감상 등의 문화생활을 아버지와 한 번도 함께 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각각 82.3%,93.5%에 달했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전체 응답자의 21.2%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었다. 14.1%는 아예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양승주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장은 "한국의 부모·자녀 관계는 자녀의 학업과 진학에만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며 "부모가 자녀와 고유한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여가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문제는 '부부가 함께' 논의 주택구입 투자 등 경제 부문에 대해 결정할 때는 부부가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3922명)의 60.6%가 투자 및 재산관리를 부부가 함께 결정한다고 밝혔다. 주택구입(69.2%)과 배우자의 직장문제(54.7%)도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이에 반해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전히 '아내의 몫'이었다. 12세 이하 자녀를 둔 아버지의 육아 참여율은 목욕시키기가 10.1%로 가장 높았고 자녀와 놀아주기(7.7%),병원 데려가기(4.3%),숙제 봐주기(2.8%) 순이었다. 1주일간 부부의 평균 가사노동 분담비율은 설거지,식사준비,집안청소 등 대부분 항목에서 여성의 참여가 95% 이상인 반면 남성은 30% 미만이었다. 남성들은 주로 시장보기(주 평균 5.5회)와 음식물쓰레기 버리기(1.6회)를 거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갈등 중 절반 이상(남편 58.3%,아내 56.8%)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나 늦은 귀가, 잔소리 등과 같은 배우자의 생활 방식과 가사 및 육아부담, 부모·형제로 인한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 달라 남성은 가족의 의미를 '조상이 같은 피로 맺어진 사람들'(35.8%)이라고 가장 많이 꼽아 혈연관계를 중시했다. 그러나 여성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40.9%)이라고 답해 정서적 관계를 우선시 했다. 부모 부양 책임은 장남이 져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과 달리 능력 있는 자녀(39.1%),부모 자신(25.9%),장남(20.3%) 등의 응답이 나와 달라진 세태를 반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