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석씨는 요즈음 들떠 있다. 일반가정에서도 쉽게 전통궁중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계량조리법을 담은 요리책의 출판을 앞두고 마지막 작업에 며칠 밤을 지새우다시피했지만 행복하다.


작년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궁중요리의 진가를 널리 알렸던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연구원 오씨는 올해 갓 25세. "명실상부한 전통음식전문가로는 국내 최연소일 것"이라는 연구소 관계자의 소개에 얼굴을 붉힌 오씨는 윤숙자 소장의 애제자다.


그는 타고난 솜씨와 감각을 인정받아 APEC 정상들을 위한 전통음식 준비에 참여한데 이어 이번엔 연구소의 야심작인 궁중요리책을 만드는데 스승을 도와 주역으로 활약중이다.


손맛으로 전수돼온 우리 음식요리법의 과학적인 계량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있는 오씨는 "기본기를 더 쌓아야 한다"는 스승의 권유로 음식에 대한 이론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서울여대 영양학 대학원 과정을 함께 밟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그는 태릉쪽에 있는 대학과 인사동에 있는 연구소를 오가며 공부하고 실습하느라 남자친구 사귈 여념도 없단다.


자라면서 부엌에서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는 그는 중학교 시절에 이미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피자나 샌드위치,셰이크를 선물할 정도로 타고난 요리꾼(?)이었다.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한 그가 전통음식에 빠져들게 된 것은 대학 2학년 때 한 식품전람회에서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전시음식을 보고난 이후부터.


우리 전통음식은 왠지 투박할 것 같았는데 아기자기하고 예쁜 각양각색의 전통 떡을 보면서 전통음식의 매력에 금방 도취됐다고 한다.


그 길로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개설한 교육과정을 수강하면서 타고난 손재주와 열정으로 윤 소장이 직접 지도하는 몇 안 되는 정통제자(?)가 됐다.


그의 천부적인 실력은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2004년 5월 전국 떡만들기 경연대회에서 '떡카나페'를 만들어 장려상을 받은 데 이어 2004 서울 세계음식 박람회에서는 '6월 유두 상차림'으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궁중과 사대부가의 전통음식 축제''남산 한옥마을 김장축제''KBS 안면도 농어촌 사랑 김장축제', MBC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열린 '설맞이 음식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실력을 뽐냈다.


"그 중에서도 2005년 5월 '경마문화제'에서 행사용 대형 떡에 'Welcome to Korea'라는 글자를 새기기 위해 600여개 장미모양의 떡을 밤새 빚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전통음식만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준비된 답변이 거침없다.


"단순히 요리법을 익히는 게 아니에요.


우리의 문화,역사를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죠.음식마다 각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조리법을 계량화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우리 전통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오씨의 해맑은 미소에서 신세대만의 패기와 열정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