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일 "일본이 '보통국가',나아가서는 '세계의 지도적인 국가'가 되려한다면 법을 바꾸고 군비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인류의 양심과 도리에 맞게 행동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제87주년 3·1절 기념식사에서 한·일 관계를 언급,"지난 1년 동안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그리고 독도 문제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아직도 일본이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또다시 패권의 길로 나아갈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사참배가 전쟁 반대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고 개인의 문제로서 다른 나라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 논리를 언급한 뒤 "그러나 국가적 지도자가 하는 말과 행동의 의미는 당사자 스스로의 해명이 아니라 그 행위가 갖는 객관적 성격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일본은 이미 사과했다"며 "우리는 거듭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사과에 합당한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며 사과를 뒤집는 행동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과거사 정리작업과 관련해서는 "이웃 나라에 대해 잘못 쓰인 역사를 바로잡자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도 잘못 쓰인 곳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 진행 중인 과거사 정리과정은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이날 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2차대전후 60년 동안 일본이 걸어온 길을 잘 보고 앞으로도 한·일 우호를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헌법개정 움직임을 비판한 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일·한 우호론자"라며 이렇게 반박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