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계좌 수가 6년여 만에 1000만개를 넘어선 것은 적립식펀드가 재테크의 주요 수단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바이 코리아' 열풍으로 '펀드 1000만계좌 시대'를 처음 열었던 1999년과 비교해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당시에는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거치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매월 일정액을 투자하는 적립식펀드가 주종을 이루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2월28일은 코스피지수가 5년여 만에 1000포인트를 넘어선 날이다.


한해씩 걸러가며 같은 날 펀드계좌 수 1000만개와 지수 1000을 돌파한 셈이다.


올해도 2월28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상승장이 나타날 것인지 주목된다.


◆다시 찾은 '1000만 고지'


2004년 12월 말 473만개에 불과했던 펀드 계좌는 지난해 말에는 두 배가 넘는 989만개로 급증했다.


펀드 신장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지난 1월 한 달 동안 52만계좌가 불어나 드디어 1041만개까지 올라섰다.


1000만계좌 돌파는 199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펀드 증가의 일등공신은 단연 적립식펀드다.


잔액으로 1월에만 4조1840억원이 늘었다.


연간 수익을 결산하고 같은 펀드에 재투자된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1조원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주식형펀드는 1월 중 4조원 가까이 늘어나 적립식펀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펀드 열풍을 주도했다.


전체 펀드 계좌 중 적립식 계좌는 57.2%인 596만개에 달했고 적립식 중 주식형 계좌는 500만개를 넘어섰다.


◆'1000만-1000데이'


작년 2월28일은 증시가 18년만의 박스권을 깨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날이다.


한국증시가 만성적으로 따라다니던 저평가라는 단어를 떼어버리고,단숨에 1400선까지 치달았던 시발점이기도 하다.


코스피지수가 1000을 넘어서자 증시 주변에서 머뭇거리던 자금들이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고,주가가 급상승세를 탔다.


이는 다시 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선순한 구조가 정착됐다.


전문가들은 "당시 코스피지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게 증시의 업그레이드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듯이 펀드계좌 수가 1000만개를 넘어섰다는 게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에 또 다른 상승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결 여유 생긴 기관


적립식펀드가 간접상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기관 입장에서 반가운 현상이다.


긴 시간을 내다보고 꾸준하게 자금이 들어와 펀드 운용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양정원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과거 '바이 코리아' 바람이 불었을 때는 거치식 자금이 대부분이어서 증시 상황에 따라 자금흐름이 들쭉날쭉했다"며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영준 농협CA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적립식펀드 등을 통해 기관으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매수여력이 있기 때문에 장 상황이 좋아진다면 기관들이 주도 세력으로 치고 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