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 모두 반발하자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노동계의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다르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혼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반발하는 이유는 기간제 근로자(계약직) 채용 과정에서 사유제한을 두자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임신 질병 휴가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럴 경우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고 고용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단체끼리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노총은 사유제한의 경우 전체 노동자의 일자리와 기업의 인력운영 등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당초 요구안에서 빼버렸다. 대신 불법파견이나 파견근로 2년이 지났을 경우 직접고용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주장해 왔다. 비정규직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했을 때만 해도 반대성명까지 내며 목소리를 높였던 한국노총은 28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내용이 요구한 것과 다르지만 대체로 우리의 최종 수정안과 일치한다"며 수용의 뜻을 내비쳤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사유제한을 요구하며 이날 파업을 벌인 데 대해 "무책임하게 원론만 주장하고 반대만 하는 집단"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사유제한은 포기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관철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로 반영시킨 파견근로 및 계약직 기간의 2년 제한도 현장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중·고등학교 교사는 계약기간을 2년으로 했을 경우보다 3년으로 늘리는 게 고용안정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숙련도도 높아지고 해당 사업장으로부터 인정받을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단체와 민노당의 반발은 비정규직 보호와 전반적인 고용창출을 고려하기보다 맹목적으로 비정규직을 대변한다는 명분과 밀어붙이면 무언가 얻어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정규직법안이 고용보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