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년4개월을 끌어온 비정규직법안이 27일 밤 질서유지권까지 발동된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비정규직법안 처리는 이제 국회 본회의 절차만 남겨놓게 됐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 대해선 우려가 크다.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당초 정부 취지와는 달리 국회심의 과정에서 누더기 법안으로 바뀌면서 고용유연성 확보는 찾기도 힘들어진 까닭이다. 여야 정치권은 노동계의 압력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기간제 근로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축소(縮小)하고, 전면 허용토록 예정돼 있던 파견근로도 26개업종으로만 한정하는 내용 등으로 정부안에 수정을 가했다. 기업들의 고용부담만 한층 가중시켰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이 법안이 본회의마저 그대로 통과한다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담을 의식해 비정규직 채용마저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고용중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사용기간을 줄이는 일이 빈발(頻發)할 것이다. 그리되면 548만명(노동계추산 85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면서 고용불안이 더욱 심화될 것은 당연한 이치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사용자측에 부과한 것도 차별구제신청의 남발을 초래하며 노사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고용유연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반드시 보완돼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든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가 돼서는 정말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