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대표적인 노동운동의 메카로서 반기업 정서가 짙었던 울산지역에 대기업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강력한 기업사랑운동을 펼치며 친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울산의 기업사랑운동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으로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SK㈜를 위해 울산시,울산상공회의소 등이 나서 SK 주식 사주기운동을 펼친 것이 계기가 됐다. SK는 남구 용연동 SK울산공장 옆 14만4000평 부지에 오는 5월 중질유분해공장 증설 공사에 들어간다고 27일 발표했다. 총 1조600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2008년 4월 완공되는 이 공장은 값싼 저급 중유(벙커C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 값비싼 제품을 만들어낸다. 시는 지난해 말 SK 중질유분해공장 증설이 국가공단 내 녹지 비율 문제로 무산될 조짐을 보이자 "2009년까지 울산국가산업단지의 공해를 크게 줄이겠다"는 계획서를 환경부에 직접 제출하는 등 설득작업을 벌여 SK가 환경부의 허가를 얻는 데 도움을 줬다. SK는 이에 보답,1020억원을 들여 울산 남구 도심 110만5000여평에 조성 중인 울산대공원 2차 시설공사를 마무리짓고 오는 4월 개장한 후 시에 기부체납하기로 했다. 2차 시설은 장미계곡과 어린이 동물원,나비식물원과 6홀 규모의 파크 골프장 등으로 꾸며져 있다. 현대중공업도 울산시의 '지원사격' 덕분에 1800억원을 들여 연간 10만t 규모의 조선용 블록공장을 남구 용연동 SK 공장부지 내에 오는 6월 완공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시는 포항 등 다른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을 위해 남구 용연동에 10만5000여평의 여유 부지를 갖고 있던 SK를 설득했다. 결국 SK는 이 부지를 매입가의 3분의 2 수준인 평당 38만원에 팔기로 했으며,현대중공업은 SK의 기름 50억원어치를 사주기로 하는 등 상생의 협약을 맺었다. 공장부지난을 겪었던 현대미포조선도 시의 협조로 남구 장생포 공원 일대 2만5000여평에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최근 준공,가동에 들어갔다. 시는 해양수산부 소유의 장생포 해양공원부지 2만5000여평을 현대미포조선이 빌려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두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대기업들이 환율 급락,고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 삼중고로 투자의 고삐를 죄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 울산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사랑운동을 통해 상생의 노사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